한용구 신한은행장 "진옥동 차기 회장 제안대로 이체 수수료 없앤다"

한용구 신한은행장이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한용구 신한은행장이 이르면 다음주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 수수료를 전면 면제한다.

리딩뱅크인 신한은행이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이체 수수료 무료화를 내세워 디지털금융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지난 30일 서울 중구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빠른 시기에 인터넷·모바일뱅킹 수수료 면제를 이행하겠다"며 "이는 진옥동 차기 신한금융 회장의 간절한 방향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저도 적극 동의를 했었고 이 부분은 제 의사결정으로 아마 (내년에)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행장이 영구 면제하겠다고 밝힌 수수료는 개인인터넷뱅킹 타행이체수수료 개인 모바일뱅킹 타행이체 수수료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 등 3개다.

수수료 이익은 은행 비이자이익의 핵심으로 신한은행이 이체 수수료 무료에 나서면 연간 100억원 가량의 이익을 포기하는 셈이다.

이번 결정은 진옥동 차기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한 행장은 "몇 달 전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인 '뉴쏠'이 출시됐을 당시 열린 임원회의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뿐만 아니라 많은 고객들의 앱 접근성을 낮추는 노력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 행장은 "콘텐츠로 고객을 유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이익을 많이 냈던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체수수료를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면제를 시키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많은 임원들이 반대를 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한 행장은 "재무 쪽에서 반대가 있겠지만 이체 수수료 면제는 하나의 메시지가 될 것 같고 모든 은행들이 이에 동참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행장으로 내정된 이후 진옥동 차기 회장과 소통을 지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행장은 "(진 회장이) 많은 배려를 해줘 제가 내년 경영을 꾸리는 데 있어 큰 힘을 실어줬다"며 "고객 중심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고도화하고 전문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 행장은 디지털금융에 대한 높은 관심도 보였다. 그는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컨택센터(AICC)를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으로 온전하게 구축하는게 과제"라며 "현재 그룹 차원에서도 AICC에 대한 구축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 중에 있는데 이러한 인프라 측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인력 양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금융 활성화에 따른 영업점포 감소와 관련해 한 행장은 내년 초 출장소를 포함해 10여개 지점의 통폐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1년과 2022년에 출장소를 포함해 150개 가량 점포를 통폐합했다"며 " 영업점 통폐합은 하지 않을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것은 영업점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해 과연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을 정확히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을 보면 더 노력이 필요하다"며 " 취약 지역, 특히 고령층이 많이 있는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점포 등 다양한 형태의 혁신 점포를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행장은 내년 불안정한 금융 환경 속에서도 취약차주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내년에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건전성 관리 이슈가 부각될 것"이라며 "충당금 문제보다 취약 차주에 대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지원 조치를 통해 연착륙이 되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금 이 시기만 넘기면 살 수 있는데 현금 흐름이 안 좋아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보증기관의 출연료를 늘리는 등 정부 정책에 맞춰 선도적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겠지만 플러스 알파로 신한은행에서 리딩뱅크답게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다할 것인지 현재 심도 있게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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