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 트럭서 '펑'... 터널 진입 '차단시설 미작동'이 화 키웠다

임명수 2022. 12. 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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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는 폐기물 운반 트럭의 내부 결함에 따른 발화가 1차 원인으로 추정된다.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30일 "최초 화재 차량인 5톤 폐기물 집게 트럭 운전자 A씨로부터 '운전 중 갑자기 에어(공기)가 펑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내려보니 차량 하부 쪽에서 불이 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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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운전자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건
차단시설 미작동한 성남방향 터널서 사망
현장서 차량용 배터리와 전기배선 등 수거
30일 오전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 경찰 관계자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46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는 폐기물 운반 트럭의 내부 결함에 따른 발화가 1차 원인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화재 직후 방음터널 차단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우는 등 일부 ‘인재(人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집게 트럭서 '펑' 소리 동시에 발화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30일 “최초 화재 차량인 5톤 폐기물 집게 트럭 운전자 A씨로부터 ‘운전 중 갑자기 에어(공기)가 펑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내려보니 차량 하부 쪽에서 불이 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날 화재는 오후 1시 49분쯤 제2경인고속도로 안양에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3분의 1 지점을 지나던 중 A씨 차량에서 발생했다. 그는 “불이 난 걸 보고 차량을 3차로에 정차한 다음 내려서 소화기로 끄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119에 신고한 뒤 대피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일단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망자 5명 나온 안양 방향 차단시설 미작동

사고 직후 방음터널 차단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도로 관리주체인 ‘제이경인고속도로’는 불이 나자 즉시 현장에 순찰대를 출동시키고, 10분 후 터널 차단시설 작동을 시도했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한 성남 방향만 정상 작동하고, 반대쪽 안양 방향은 전기 공급이 끊겨 작동하지 않았다.

성남 방향의 경우 방음터널 전 삼성산 터널 입구 쪽에 진입 차단시설이 설치된 반면, 안양 방향은 북의왕IC로 진입한 뒤 300여m를 지나야 차단시설이 있다. 차단시설이 작동했으면 터널 진입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 전날 사망한 5명은 성남 방향 북의왕IC에서 200~300m 지점에서 발견됐다. 안양의 한 병원에서 만난 부상자 김모(59)씨도 “터널에 들어가기 전에 연기를 봤지만, 제지하는 사람이 없어서 조금씩 가다 보니 한 여성이 차에서 내려 뒤로 뛰어갔다”고 증언했다.


화재 현장 폭격 맞은 듯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3시간 넘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과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최초 화재가 발생한 폐기물 집게 차량이 집중 점검 대상이 됐다. 감식팀은 현장에서 차량용 배터리와 전기배선 등을 수거했다. 여운철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은 브리핑에서 “폐기물 집게차 발화 부위와 원인, 화재 확산 경로 규명 등을 위해 감식을 실시했다”며 “집게 트럭에 인접한 방음벽에 불이 옮겨붙은 뒤 바람을 타고 급격하게 확산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 하루 뒤 모습을 드러낸 방음터널 내부는 폭격을 맞은 듯 앙상한 뼈대만 드러냈다. 도로 바닥에는 천장에서 녹아내린 구조물 재질 폴리메틸 메타크릴레이트(PMMA)와 차량 폭발 때 튄 파편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중앙 분리대와 터널 뼈대 곳곳도 검게 그을린 자국으로 가득했다. 화재 당시 운전자들이 남겨 두고 간 40대 넘는 차량 역시 형체밖에 남지 않았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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