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매분기 이번만큼 올려도… 한전 적자 못피한다

조재희 기자 2022. 12. 31.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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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kWh당 13.1원 인상… 업계 “추가 인상 불가피”
“전기료도 오른대요” 속타는 상인들 - 30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상인들이 전기 요금 인상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이날 내년 1분기 전기 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올해 인상액 19.3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큰 폭 인상이지만, 한전의 막대한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크게 부족해 전기 요금은 내년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정부가 새해 1월 1일부터 전기요금을 2차 오일쇼크 이후 최대 폭인 kWh당 13.1원 올리기로 결정했지만, 이 정도 요금 인상으로는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를 단기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전의 올해 연간 영업손실은 34조원으로 예상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에 제출한 한전의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반영할 경우 kWh당 전기 요금을 51.6원 올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번 전기 요금 인상 폭은 산업부가 밝힌 인상 요인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전력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기 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내년 분기마다 인상 이어질 듯

전기 요금은 올해 세 차례 걸쳐 kWh당 19.3원(17.9%) 오른 데 이어 새해 첫날부터 다시 13.1원 인상된다. 세부적으로는 기본요금 격인 기준연료비가 kWh당 11.4원, 기후환경요금이 1.7원 오른다. 하지만 2023년 새해에도 한전의 영업 적자 행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발표한 1분기 전기 요금 인상 폭이 적자 해소에 필요한 인상 폭을 크게 밑돌기 때문이다.

현재의 전기 요금을 올리지 않고 동결한다면 새해 예상되는 한전 적자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고 산업부는 추정했다. 이를 해소하려면 국회에 보고한 대로 1·2분기 안에 kWh당 전기 요금을 51.6원 올리는 전고후저(前高後低)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 경우 한전은 새해에 1조9000억원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는 1분기에 적자 해소에 필요한 인상분의 4분의 1만 올리기로 했다. 2분기 이후 분기마다 1분기만큼 전기 요금을 올려도 한전은 내년 1조3000억원의 영업 적자를 낼 전망이다. 이를 3년에 걸쳐 반영할 경우는 영업 적자가 14조3000억원까지 불어난다.

이에 따라 내년 2분기 이후에도 전기 요금 인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2~4분기에도 요금 인상은 이어질 수밖에 없고, 국민의 피로도는 더 커질 것”이라며 “1분기에 크게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한 뒤 이를 유지하는 게 나았다”고 했다. 산업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를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이번에 반영하지 못한 인상 요인은 정부와 협의해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서 세계 각국이 에너지 효율화와 절감을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전기 요금 인상 폭은 이를 촉진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1분기 전기 요금 인상이 큰 폭으로 이뤄졌다면 시장에 에너지 절감을 위한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었을 텐데 그 같은 움직임을 만들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내년에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회사채 발행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기 위해 한전법을 다시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취약 계층에는 요금 할인

정부는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인한 취약 계층의 부담 증가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산업부와 한전은 큰 폭의 전기 요금 인상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내년 1년 동안 약 1186억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올해 평균 전기 사용량까지는 요금을 동결하고, 초과 사용량에 대해서만 인상 요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농사용 고객에게는 요금 인상분을 3년에 걸쳐 나눠 인상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5년간 원전이 축소되고 LNG(액화천연가스) 같은 원가가 높고 연료비 변동에 취약한 발전원이 증가하면서 한전 적자가 심화했다”며 “국제 에너지 가격과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분기 이후 전기 요금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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