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망 ‘빌라왕’ 3명의 배후에 동일 범죄단 존재 의혹
빌라(연립주택)를 대량으로 매입해 전셋값을 챙긴 뒤 숨진 이른바 ‘빌라왕’ 3명에게 같은 배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 숨진 정모씨와 올 10월 숨진 김모씨는 서로 알고 지낸 흔적도 없는데 공교롭게도 서울 강서구의 한 건물 내 빌라 16채 중 15채를 나눠서 사들이는 등 4곳에서 여러 채를 비슷한 시점에 함께 사들였다고 한다. 김씨는 이달 초 숨진 20대 송씨와도 함께 부천시에서 빌라 한 곳을 나눠 샀다고 한다.
심지어 제주에 거주하면서 서울에 빌라를 수백 채 소유한 정씨는 사망 당일에도 빌라를 여러 채 사들이고 숨진 뒤에도 전세보증보험 신청서에 전자 서명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 사기 여러 건의 배후에 동일한 조직 범죄단이 있고, 사망한 이들은 돈 받고 이름을 빌려준 속칭 ‘바지 사장’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빌라 3000여 채를 소유한 또 다른 ‘빌라왕’ 권모씨 일당도 이들과 한패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 쓴 모 건축 회사는 수도권 일대에 빌라와 오피스텔을 수천 채 지어 분양했고, 부동산 컨설팅 명목으로 영업점을 차린 뒤 세입자들에게서 챙긴 수익을 일정 비율로 나눈 정황도 경찰 수사에서 포착됐다고 한다. 건축 회사와 컨설팅 회사, 분양 업체, 공인 중개사 등이 거의 한 몸처럼 움직인 것이다.
이들이 쳐놓은 거대한 사기 그물에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 무주택 세입자 수천 명이 피해를 보았다. 현재까지 경찰은 전국에서 크고 작은 전세 사기 368건에 대해 834명을 검거했고, 397건도 수사 중이다. 100억원 이상 피해를 일으킨 빌라왕만 5명이고, 이들이 사들인 빌라가 8000여 채, 피해 액수는 1600억원 안팎에 달한다.
빌라 전세 사기 피해자의 상당수가 2030 세대다. 자금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전세를 첫 보금자리로 선택한 탓이다. 이들도 모르는 사이에 ‘바지 사장’에게 빌라 명의가 넘어가는 바람에 사실상 전 재산을 날리는 청년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세입자들이 등기부등본을 뽑아 봐도 집 주인 재정 상태를 알기도 힘들다.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은 전세 만기가 되어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민·형사상 책임은 명의뿐인 ‘바지 사장’이 져야 하는데 벌써 3명째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았다. 초유의 전세 사기 범죄를 낱낱이 수사해서 배후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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