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시험 성공
국방부가 30일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로켓) 시험에 추가 성공했다. 지난 3월 30일 첫 성공을 한 지 9개월 만이다. 핵·미사일을 고도화한 북한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군사 정찰위성 개발에 진전을 본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로켓 발사 계획을 예고하지 않아 이날 밤 상공에서 불길을 내며 치솟는 우리 군 로켓을 보고 놀란 시민들이 ‘미확인 비행체’ ‘북 미사일 아니냐’며 신고하는 등 소동이 일었다. 국방부는 “군사보안상 이유로 국민께 사전 보고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날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우주발사체를 시험 발사해 성공했다”면서 “우주안보 시대에 맞춰 독자적인 우주 기반 감시 정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비행시험은 지난 3월 30일 비행시험의 후속 시험”이라며 “향후 몇 년간 개발 과정을 거쳐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이날 충남 태안군 안흥의 ADD 종합시험장에서 로켓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ADD 등에 따르면, 이날 로켓은 정점 고도 450㎞까지 도달했다.
첫 시험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대형 고체 추진 기관, 페어링 분리, 단 분리, 상단부(Upper stage) 자세 제어 기술을 확인했으며 추가 기술 검증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하단인 1단 분리 시험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본지 통화에서 “개발이 상당히 진전됐다”면서 “2024년 또는 2025년쯤이면 실험용 소형 위성을 고도 700㎞ 이하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험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시험 발사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독자적인 군 정찰위성 운용 시대가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주발사체 기술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ADD 관계자는 “우주발사체 개발과 탄도미사일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추진 기관은 소형 위성 또는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에 사용된다. 액체연료 추진 기관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간단한 구조여서 대량생산도 쉽다. 또 액체연료와 달리 사전에 주입할 수 있어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고체 추진 기술로 소형 위성 또는 초소형 위성을 다수 발사해 군집 위성을 운용하면 한반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등 북한 전력의 움직임을 손금 보듯 파악해 ‘킬체인’의 핵심인 탐지와 조기 경보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군이 예고한 대로 우주체 기술이 민간에 이전되면 관련 산업 파급 효과도 예상된다.
이날 저녁 오후 6시쯤부터 전국 곳곳에선 ‘미확인 비행 물체’가 등장했다며 큰 소동이 일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사람들이 자신이 찍은 사진을 잇따라 올리며 “이게 뭐죠?”라면서 의아해했고, 온갖 추정이 나왔다. 특히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로켓같이 보이는 물체가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고 있어,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을 경험한 시민들은 “미사일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경찰이나 소방에 신고한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총 412건의 119 신고가 들어왔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임다정(25)씨는 본지에 “집 옥상에 올라가 있었는데 정체 모를 비행 물체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여 깜짝 놀랐다”며 “나도 처음엔 미사일인 줄 알았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상에서도 “수원 인계동인데 하늘에서 빛이 폭죽처럼 올라가더니 사라졌다” “무지갯빛 연기가 보였다” “방금 빛이 꼬리를 이으며 지나갔는데 혹시 UFO인 것 아니냐” 등 수백 개의 글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일본·러시아 연해주에서도 발사체가 보였다”면서 현지에서 누군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비행체가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라는 게 밝혀진 뒤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6)씨는 “처음에는 혹시 전쟁이라도 난 건가 겁이 많이 났는데, 우리 군이 시험에 성공한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요일 저녁에 사전 공지도 없이 상당수 시민들의 평온을 해치는 시험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44)씨는 “최근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직후에 미사일 같은 게 솟구치는 걸 보는 시민들의 심정이 어땠겠냐”고 했다. 국방부는 “비행시험 전 발사 경로와 관련 있는 영공 및 해상 안전에 대한 조치를 했지만, 군사보안상의 문제로 인해 모든 국민들께 사전 보고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생팬’ 그 시절 영광 다시 한 번... 정년이 인기 타고 ‘여성 국극’ 무대로
- 러시아 특급, NHL 최고 레전드 등극하나
- 김대중 ‘동교동 사저’ 등록문화유산 등재 추진
- 국어·영어, EBS서 많이 나와... 상위권, 한두 문제로 당락 갈릴 듯
- 배민·쿠팡이츠 중개 수수료, 최고 7.8%p 내린다
- 다음달 만 40세 르브론 제임스, NBA 최고령 3경기 연속 트리플 더블
- 프랑스 극우 르펜도 ‘사법 리스크’…차기 대선 출마 못할 수도
- [만물상] 美 장군 숙청
- 檢, ‘SG발 주가조작’ 혐의 라덕연에 징역 40년·벌금 2조3590억 구형
- 예비부부 울리는 ‘깜깜이 스드메’... 내년부터 지역별 가격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