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눈밭에서 맘껏 뛰놀고 싶다고? 그럼 한 번 스노볼을 흔들어 봐!

이태훈 기자 2022. 12.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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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곰

스노볼을 흔들면…

시빌 들라크루아 지음·그림 | 이세진 옮김 | 책읽는곰 | 32쪽 | 1만4000원

날이 추워진 지는 벌써 오래. 하늘은 잔뜩 흐릴 뿐, 영 눈을 내려줄 기미가 없다. 소복이 눈 덮인 거리를 상상하며 창밖을 내다보는 남매의 표정이 애틋하다. “눈이 오지 않으면 마법 같은 일들도 안 일어날 텐데….” 풀 죽어 있던 아이들에게 1년 내내 눈에 파묻혀 지내는 북쪽 나라 대모님이 보낸 선물이 도착한다. 투명한 유리공 속 조그만 집 위로 흰 눈이 내리는 스노볼이다.

눈이 오면 차 막히고 길 미끄러울까 걱정되는 건 어른들 사정. 아이들의 겨울 소원은 예나 지금이나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 따위 상상력으로 훌쩍 뛰어넘는 것이 그림책의 힘이다. 간절히 꿈꾸면 이뤄질 거라는 천진한 믿음은 아이들의 특권이다.

/책읽는곰

침대에 누운 소녀가 스노볼을 살짝 흔든다. 그 순간 진짜 마법이 시작된다. 집 안에 눈이 온다. 침실부터 흰 눈이 쌓이고 있다. 이제 맘껏 뛰놀 차례다. 아이들은 방 안에 눈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고 우당탕탕 계단을 미끄러져 내려와 소파와 책장 사이를 뛰며 눈싸움을 벌인다. 아침이 밝아오고 이름을 부르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법 같았던 지난밤의 일은 마침내 현실이 된다.

주로 연필과 색연필을 쓰는 벨기에 작가의 그림은 털실 뭉치처럼 부드럽다. 검은색과 붉은색 색연필의 질감이 살아있고, 색감은 촛불을 켜놓은 듯 따뜻하다.

/책읽는곰

책장을 덮으면 서랍 속 어딘가 하나쯤 있을 스노볼을 흔들어보고 싶어진다. 유리공 안의 눈가루가 이리저리 깃털처럼 춤추면, 어느새 방 안에 흰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 지난 한 해가 남긴 근심과 후회, 얼룩과 상처 모두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 하얗게 덮어주기를…. 솜이불처럼 포근하게, 따뜻이 어깨를 토닥여 주는 그림책이다.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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