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일본의 ‘책 읽는 호텔’
일본 나고야에 휴가 얻어 와 있습니다.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장소는 ‘램프 라이트 북스 호텔(Lamp Light Books Hotel)’. 슈트 케이스를 끌고 밤에 호텔에 도착했더니 어두운 골목 한 귀퉁이, 책 모양 로고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더군요. 마치 등대처럼.
엘리베이터 입구에 “책이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는 글귀가 붙어 있었습니다. 키케로의 말이라는군요. 로비가 있는 1층은 북카페로 운영하는데, 추리소설과 여행 관련 책 3000여 권이 비치돼 있습니다.
투숙객은 24시간 카페에서 책을 볼 수 있고, 원하는 책은 두 권까지 방으로 가져가 읽을 수 있어요.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기 힘든 책은 구입도 가능합니다. 방에는 침대 머리맡과 소파에 독서 등을 두어 책읽기에 최적 환경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일종의 ‘북스테이’인 셈이죠.
일본 호텔 기업이 2018년 설립한 이 호텔의 모토는 ‘책이라는 세계로의 여행’. 늦은 밤 귀갓길, 서점에 들르고 싶은데 문 닫아 아쉬웠던 경험에 착안해 24시간 불 밝힌 서점 콘셉트를 구상했다는군요. 좋은 반응을 얻자 나고야에 이어 지난해 삿포로와 후쿠오카에도 문을 열었답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 묵지 않겠죠. 여행객들이 카페에 앉아 밤늦도록 책에 몰두한 모습이 뭉클하게 느껴지는 건 동류(同類)를 발견했다는 은밀한 기쁨 때문일까요?
Books는 지난 한 해 동안 독자 여러분께 책이라는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길잡이가 되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떠셨습니까. 즐거운 여행이었나요? 올해 여행은 연말연시를 맞아 소설가 심윤경씨가 권하는 ‘배움의 기쁨’으로 마무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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