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의 총살·모친의 재혼… ‘소련판 햄릿’ 피아니스트
김성현 기자 2022. 12. 31. 03:02
리흐테르, 피아니스트
카를 오게 라스무센 지음|이석호 옮김|풍월당|576쪽|4만3000원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1915~1997)는 냉전 시절 소련의 전설적 피아니스트. 하지만 정작 그의 삶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 있었다. 덴마크 출신 작곡가인 저자는 이렇게 적는다. “화려한 조명과 고독 사이의 골은 무척 깊었고 성공과 파멸, 천재성과 운명, 빛과 어둠의 줄타기는 위태위태했다”고.
리흐테르와 프랑스 다큐멘터리 감독 브뤼노 몽생종의 대담을 묶은 ‘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 수첩’이 은밀한 내면적 고백이라면, 이번 책은 가족과 음악계 동료들의 증언을 통해서 재구성한 평전이다. 스탈린 시절 독일계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려 총살당한 아버지, 아버지 사후 애인과 재혼한 어머니의 비극적 사연을 통해서 리흐테르의 운명을 ‘소련판 햄릿’에 비유한다. 차이콥스키의 사인 같은 복잡 미묘한 사안에 대해 단정적으로 쓰는 경향은 있지만, 한국어 번역을 포함해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서문은 공들여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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