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6만가구 육박… 건설사 자금난 ‘위험선’ 코앞

신수지 기자 2022. 12. 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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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1만가구 급증… “지방 중소건설사 도산 우려 커져”

지난달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5만8000가구를 넘어섰다. 1년 새 4배로 늘어난 것으로, 정부가 ‘미분양 위험선’으로 제시한 6만2000가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고금리와 집값 추가 하락 우려로 아파트 매수 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있어 지금 같은 추세라면 위험선도 곧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사업비 회수에 실패한 지방 중소 건설사를 시작으로 건설업계 줄도산이 촉발될 수 있다”며 “미분양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한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달 새 미분양 1만 가구 급증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027가구로 집계됐다. 10월(4만7217가구)과 비교하면 1만810가구(22.9%)나 늘었다. 미분양 주택이 한 달 새 1만 가구 넘게 증가한 것은 2015년 12월(1만1788가구) 이후 6년 11개월 만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 추이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지난달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1만373가구로 전월보다 36.3%(2761가구) 급증했다. 인천이 2471가구로 한 달 만에 48.3%(805가구) 늘었고, 경기는 같은 기간 38.5%(1957가구) 증가한 7037가구를 기록했다. 서울은 전월(866가구)과 비슷한 865가구로 집계됐다.

지방 미분양은 4만7654가구로 20.3%(8049가구) 증가했다. 울산이 1414가구에서 2999가구로 한 달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17개 시·도 가운데 미분양이 가장 많은 곳은 대구로 1만1700가구에 달한다.

미분양 증가가 건설업계를 뒤흔들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7일 한 포럼에서 “국토부는 미분양 아파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보는데, 매달 1만 가구씩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며 “당초 예상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증가 추세라면 당장 12월부터 미분양 물량이 6만2000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특히 지방 중소 건설사는 주택 사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분양이 지금처럼 급증하면 곧장 자금줄이 막혀 도산할 우려가 높다”고 했다.

◇규제 완화에도 매수 심리 곤두박질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매수 심리는 갈수록 더 얼어붙고 있다. 정부가 새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대출과 세제를 포함한 다주택자 규제를 대거 완화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시장에서 아직 별 효과가 없는 것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3.1로 지난주(64.0)에 비해 0.9포인트 내렸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작년 11월 셋째 주(99.6) 이후 1년 넘게 100을 밑돌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전국의 주택 매매량도 48만18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96만1397건)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분양을 해소하고 주택 거래를 정상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12억원 이상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을 허용하고, 서울 등 남아있는 규제지역을 조속히 해제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규제지역을 풀어 대출과 세제를 정상화하는 것이 수요 회복을 위해 급선무”라며 “건설사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을 늘리고, 미분양 물량을 공공기관이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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