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감로
드라마에서 흔해진 회귀 설정을 보면서, 남들은 모르는 정보를 주무르고, 현실의 장애물을 슬기롭게 뛰어넘을 뿐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나의 자양분 삼아 몇 발짝 앞서 나가는 삶도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보를 안다고 열매가 저절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누리는 자라고 해도 노력을 하긴 해야 할 거다.
나에게 회귀의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이 세상에서 축적한 정보를 품고 과거로 돌아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불사를 수 있을까. 실패를 반복하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기량을 획득한 뒤 다음 레벨로 올라가는 게임처럼, 내가 살면서 경험한 것들을 자산 삼아 고쳐 살고 바꿔 살 수 있을까.
‘불교’ 한정일지 몰라도 윤회를 생각하면,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계속 ‘생’으로의 회귀를 반복하는 중이다. 파란만장했을 전생의 기억이 삭제되었고, 내가 알고 있는 과거로 가지는 못할 뿐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업과 인연의 굴레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천신이 마시는 영묘한 이슬과도 같은 법문으로 해탈시키고자 등장한 ‘감로도’를 들여다보며, 현생을 힘겹게 만드는 것들을 떠올려본다.
언제 어디에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일상을 에워싼 재난과 사고,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며 쌓여가는 갈등, 부조리함을 외면하는 나약함,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불안함, 멈추지 않는 경쟁, 고장난 윤리의식, 단 하나로 수렴되는 성공과 행복의 기준. 이번 생에서는 극복할 수 없을 치명적인 불행 같은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생이 흘러야 한다면, 어제라는 과거의 정보를 자산 삼아 조금 더 나아진 내일의 나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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