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 LIVE] 김어준이 떠났다고?

박은주 에디터 에버그린콘텐츠부장 2022. 12. 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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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 프로 하나 폐지됐지만
더 센 선수들이 대기 중이다
협잡꾼에 정치인까지 가세
그래도 희망은 있다 여전히

“투개표가 조작됐다. 이상한 패턴이 나왔다. 이 분야 전문가인 교수에 따르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박근혜 대통령 시절 김어준이 그랬고, 문재인 대통령 시절 가세연이 그랬다. 진영은 정반대인데, 패턴은 똑같다. 사람들은 왜, 어떤 과정을 거쳐 극단적인 주장에 자꾸 빠져들게 될까.

네오나치, 남성 우월주의자, 인종주의자 등의 10여 개 단체에 위장 잠입해 ‘작업’ 행태와 전략을 분석한 작가가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채팅앱으로 ‘활동가’를 스카우트하고, 그가 페이스북 ‘친구’, 유튜브 구독자에게 더 몰입하게 만든다. 활동가의 생각은 더 단순하고 격해진다. 연소자를 포섭하고, 데이터와 팩트를 교묘히 가공해 퍼뜨린다. 쇼킹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기성 언론과 기자를 공격한다.

유럽 진보 지식인 율리아 에브너가 쓴 ‘한낮의 어둠’을 읽고, 두 번 놀랐다. ‘극단주의는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는가’라는 부제와 달리 우파만 주로 비판했다. 지식인의 편파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더 놀라운 건, 그 패턴의 씨앗이 이미 20년 전 한국에 뿌려졌다는 거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30일 에스플렉스센터 스마티움 공개홀에서 열린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특집 공개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이 마지막 방송이다. /유튜브

한겨레신문에 재직하던 2000년, 조선일보 등 기성 언론을 ‘조폭언론’이라 명명한 정연주씨는 노무현 정권에서 KBS 사장이 됐다. 그 KBS는 세금과 시간을 들여 ‘조중동’을 맹폭했다. 한국 언론 전체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이후 기자 고립화 전략은 고도화됐다. 문재인 정권에서 ‘기레기’ 표현이 일반화됐고, 기자 공격 인터넷 사이트가 여럿 나왔다. 기자 개인 신상은 물론 가족 사진까지 퍼뜨린다.

잘 가세요. 잘 가세요. 인사도 없었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29일 폐방을 앞둔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런 노래를 불렀다. 의원님이 순진한 건지, 순진한 척하는 건지. 김어준씨가 답했다. “내년엔 어떤 방식으로 다시 만날 거예요. 같은 동네에 있는데….”

김어준씨는 이미 다른 유튜브, 팟캐스트 채널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내년 1월 9일부터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채널을 또 개설한다고 한다. TBS만 떼고 ‘김어준의 뉴스공장’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자신이 진행하던 프로그램과 같은 시간대에 편성할 계획이다. 꽤 잘될 것 같다. TBS에서 김어준의 출연료는 회당 최고 200만원이었다. ‘세금 조공’을 받고, ‘방송 심의’라는 족쇄를 찬 척했었다. 그나마 자제했단 얘기다. 내년에는 더 흥미로운 음모론과 맛있는 가짜 뉴스로 슈퍼챗과 후원금 등 ‘시청자의 조공’을 받을 것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에게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는 장면. 가짜뉴스에 국회의원이 '협업'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이다. /중앙일보 유튜브 캡쳐

19대 대선에서 드루킹 김동원과 김경수씨가 짜고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돌린 건, 당시 네이버 댓글 영향력이 막강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의 20대 대선은 ‘유튜브전(戰)’이었다. 가세연이 ‘쩜지사’ 비판으로, 열린공감TV가 ‘쥴리’ 창작으로 맞섰다. 양쪽 다 돈을 많이 벌었다. 똑같이 동업자끼리 싸움이 났다. 두 채널은 지금 5개, 6개로 세포분열 중이다.

소위 '제보자X'로 불리는 지현진(오른쪽)씨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와 찍은 기념 사진. /지현진 페이스북

내년엔 좌파 쪽에 더 탄력이 붙을 것이다. 익명에 숨은 전과자나 거짓말쟁이가 ‘제보자’로 둔갑하고, 유튜브, SNS 스타가 되는 세상이다. 현역 의원이 그들과 ‘협업’한다. 총선을 앞두고 그런 경우가 더 늘 것이다. ‘품격’을 말하면 ‘선비질’ 한다고 매 맞는 시대, 정상적 언론의 존재 의미는 뭘까.

사람은 ‘육신’이라는 물리적 존재로 태어나 ‘인생’이라는 추상 가치를 좇는다. 기자의 이상도 결국 저널리즘의 본령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참 시시한 결론이다. 그러나 이 시시함으로 자유민주주의가 단단해진다는 걸 믿는다. 독자들도 믿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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