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울면서 걷고, 울면서 노래했다
세밑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 ‘영웅’을 보았습니다. 흰눈 쌓인 자작나무 숲에서 단지(斷指) 동맹을 하는 첫 장면부터 ‘장부가’ 부르며 사형대에 오르는 마지막 장면까지 줄곧 울면서 관람했지요. 조마리아 역의 배우 나문희가 ‘나의 사랑하는 아들, 도마야’를 부를 땐 극장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윤제균 감독에게 “영화 ‘국제시장’부터 ‘영웅’까지 관객들 눈물 콧물 빼는 데는 따를 사람이 없다”고 농을 하자 “제가 눈물이 좀 많은 사람일 뿐 특별한 비결은 없다”며 머리를 긁적이더군요.
그러나 윤제균은 치열한 감독이었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재촬영을 거듭하느라 주연 배우들을 죄다 탈진시킬 정도였지요. ‘장부가’ 대목은 무려 세 번이나 재촬영했답니다. “코로나로 개봉이 미뤄지자 2퍼센트 아쉬운 부분이 보였어요. 그래서 정성화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2주만 달라고 해요. 그 사이 몸무게가 불어 6킬로그램을 빼야 한다면서(웃음).”
설희 역의 김고은이 기차 난간에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내 마음 왜 이럴까’를 열창하는 장면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연상시킬 만큼 슬프고 아름다운데, 이 또한 재촬영 끝에 건진 컷이라고 하지요.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도 등장한 ‘4축 와이어 캠’으로 춘천의 운동장만 한 세트장에서 찍었어요. 철사에 매달려 움직이는 카메라 동선에 맞춰 연기하고 노래도 불러야 해서 배우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윤 감독 인터뷰를 막 끝낸 뒤엔 ‘횡재’를 했습니다. 용산 CGV에서 무대 인사를 하기 위해 영화 ‘영웅’의 주연 배우들이 와 있었던 거죠. 명사수 조도선을 열연한 배우 배정남에게 어떤 촬영이 가장 힘들었느냐 물으니, “나이 탓인지 추격 신에서 전력 질주하느라 근육에 경련이 다 일어났다”며 짓궂게 웃더군요.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는 거사를 다짐하며 부르는 ‘그날을 기약하며’를 꼽았습니다. 뮤지컬에선 안중근을 비롯해 동지 5명이 부르지만 영화에서는 동포 수백 명과 거리에서 합창하는 웅장한 장면으로 나옵니다. 배정남은 “온몸에 감동이 북받쳐 울면서 걷고, 울면서 노래했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한 장면”이라는 관람평처럼 부모님, 아이들 손 잡고 함께 보면 좋을 작품입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엔 뮤지컬과 영화 모두에서 안중근으로 열연한 배우 정성화 인터뷰를 배달합니다. 뮤지컬 ‘명성황후’에 이어 ‘영웅’을 흥행시킨 윤호진 대표가 <아무튼, 주말> 독자들에게만 들려준 흥미진진한 제작 비화도 전합니다. 아래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찍거나, 인터넷 주소창에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넣으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 ‘이메일 주소’와 ‘존함’을 적고 ‘구독하기’를 누르면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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