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42년 만에 최대 인상, 끝이 아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전기요금이 9.5% 오른다. 오일쇼크(석유파동) 때인 1981년 이후 최대 폭 인상이다. 그런데 이번이 끝이 아니다. 정부는 내년 2분기 이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공공요금발(發) 물가 충격이 현실로 닥쳤다.
30일 한국전력공사는 내년 1분기(1~3월) 적용하는 ㎾h당 전력량요금을 11.4원, 기후환경요금을 1.7원 각각 올린다고 발표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현행 ㎾h당 5원이 상한인 만큼 그대로 두기로 했다. 적용 시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다. 1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은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을 합쳐 ㎾h당 13.1원이다. 올해 4분기 대비 인상률은 9.5%에 달한다. 한 번에 전기요금을 10% 안팎 올린 건 오일쇼크 때인 1981년 4월(10%) 이후 4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전 관계자도 “전기요금 조정 단일 회차로는 오일쇼크 이래 최대 폭 인상”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전은 ㎾h당 전기요금을 4월 6.9원, 7월 5원, 10월 7.4원 세 차례에 걸쳐 올렸다. 모두 더해 인상 폭은 19.3원이었다. 내년 1월 이에 버금가는 13.1원을 한꺼번에 올리기로 한 것이다. 한 달 평균 307㎾h(2020년 에너지총조사 기준)를 쓰는 4인 가구가 내야 할 주택용 전기요금은 월 4만6382원에서 5만404원으로 약 4022원 오른다. 전력기반기금 3.7%와 부가가치세 10%는 뺀 금액이다. 2008년 고유가 위기 때도 전기요금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한 번에 4~5%씩 여러 차례에 나눠 인상하는 게 보통이었다. 이번에 한전이 ‘역대급’ 전기요금 인상에 나선 건 30조원대에 이르는 누적 적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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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연 2400억, SK하이닉스 1200억 전기료 더 부담
가스요금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내년 1분기 가스요금은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이유로 동결했다. 대신 2분기 이후 인상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내년 2분기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과 물가 등 국내 경제,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오른 물가에 공공요금 인상 충격까지 더해졌다. 이날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15%포인트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3.5%의 물가 상승률을 전망했는데 그 안에 (요금 인상이) 다 감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렇게 선을 그었지만 ‘전기세’라 불릴 만큼 전기요금이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가스·대중교통 등 다른 공공요금 줄인상도 예고된 상황이다. 서민 가계 어려움은 더 커지게 생겼다. 기업과 농가도 비상이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력 사용량은 184억㎾h로,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연간 2400억원 규모의 비용이 증가한다. SK하이닉스도 연간 전기요금이 약 12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산업용 전기 역시 10% 정도 오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은 물론 PC방·노래방 등 자영업하는 분들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맞춰 정부와 한전은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이 낼 내년 요금을 총 1186억원 할인해주기로 했다. 올해 평균 사용량(복지할인가구 월평균 313㎾h)까진 요금을 동결하고, 추가 사용분에 한해서만 오른 요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농가를 대상으로는 이번 전력량요금 인상분 11.4㎾h를 한꺼번에 부과하지 않고, 3년에 걸쳐 나눠 올리기로 했다. 또 전기를 많이 쓰는 뿌리기업(주조·용접 등 분야 중소기업)과 농가를 대상으로 효율향상사업 예산을 늘려 지원한다.
세종=조현숙·나상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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