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고도 2배 높인 북 무인기, 탐지도 요격도 어렵다

정용수 2022. 12. 3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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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북한 무인기 실태
북한의 무인기 성능과 보유량이 8년 만에 두 배가량 향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당국자는 30일 “(지난 26일 포착된) 북한 무인기의 비행 내용을 정밀 분석 중”이라며 “2014년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 삼척 등지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2m 정도 크기에 비행고도는 3㎞ 안팎”이라고 말했다. 2014년 발견된 무인기의 비행고도는 1.5~1.8㎞였다. 이 당국자는 “이처럼 비행고도를 높인 건 2㎞ 유효 사거리인 벌컨포 등 한국군 요격 무기의 사거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합동참모본부가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정찰용·기만용·공격용 무인기를 500대 이상 군부대에 실전 배치해 놓고 있다. 여기에 교육·개발용으로 보유한 것까지 포함할 경우 유사시 1000대 이상의 무인기를 동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2014년 당시 군 당국의 추정치는 300여 대였다. 북한이 8년 사이에 양과 질 모두 크게 향상된 전력을 갖추면서 무인기가 새로운 대남 위협 요소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정부가 2014년 추락한 북한 무인기 5대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모두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2기통 또는 4기통의 프로펠러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다. 또 캐논·니콘·소니 등의 DSLR 카메라를 싣고 렌즈를 바닥 방향으로 향하도록 해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륙 직전 비행경로를 입력하고 카메라에 타이머를 작동시켜 자동으로 찍히도록 하는 방식도 공통점이었다.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장은 “북한은 대부분의 무인기를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들여가거나 일본·체코 등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고 있다”며 “1980년대 후반의 초창기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후계자 시절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포병 및 미사일 학습에 주력했다고 한다. 포병 출신으로 현재 당 비서를 맡고 있는 박정천이 김 위원장의 개인 교사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북한은 미사일 현대화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특히 이런 무기들은 사전 좌표, 즉 목표물 탐지가 필수다. 2014년 개성을 떠나 청와대를 향했던 무인기가 서울시내와 일산 등 주요 시설의 사진 193장을 촬영한 것도 정보 획득 차원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 능력이다. 당국은 북한의 무인기가 작고 유리섬유를 덧붙여 만든 폼 코어를 사용해 레이더 탐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무인기가 포착된 게 2017년 6월 이후 5년 반 만이지만 그동안 북한이 무인기를 전혀 보내지 않은 건지, 우리가 포착하지 못한 건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지난 26일에도 이스라엘제 소형 무인기 탐지 레이더를 최근 도입해 수도권 지역에 배치한 덕에 일부나마 항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북한 무인기를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장비를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북한이 정찰용 무인기를 자폭용으로 개조할 경우 요격이 결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직 군 고위 당국자는 “2014년 북한이 정찰용 무인기를 자폭용으로 개조했을 경우에 대비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카메라와 낙하산 등을 제외하고 10~14㎏의 기체에 약 4㎏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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