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분야 채용 늘겠죠? 선택 잘 했다” 학생들 신바람
활기 찾은 울진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르포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풀이 죽어 있던 원마고에 다시 활기가 넘치고 있다. 2013년 문을 연 이 학교는 ‘원자력 설비’ 산업군에 특화돼 있는 특수목적 고등학교다. 원자력을 비롯해 수력 등 에너지 발전산업에 특화된 엔지니어 등 기술자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마이스터고 답게 특수용접 실습, 공작기계 활용, 송변전 실무 등 실습 위주로 교과가 짜여 있다. 3학년 땐 직접 배관을 만들고 그 안에 전선을 연결하는 등의 송변전 실무를 배우는데, 바로 현장에 나가도 익숙할 정도라는 게 산업계의 평가다. 이날 실습동에서 만난 3학년 김태영(19)군은 “자격증을 5개나 취득했다”며 “다른 마이스터고와 달리 원마고는 원자력 전공을 배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윤 정부 “2030년까지 원전 30%이상 확대”
이 덕분에 취업 성과도 좋은 편이다. 지난해 취업률은 92.9%에 이른다. 대기업·공기업 취업률은 62.9%로 한수원·한전을 비롯해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삼성전자, 포스코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3학년 황동훈(19)군은 “입학할 때 한수원을 꿈꾸기도 했지만, 지금은 여러 기업에 도전해 합격 소식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 교과 과정과 높은 취업률로 원마고는 원래 인기가 많았다. 2016년에는 입학 경쟁률이 2.65대 1에 달할 정도였다. 전국 각지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몰렸다. 하지만 문재인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기가 주춤했다. 입학 경쟁률은 하락세를 보이다 2021학년도엔 경쟁률이 미달을 기록했다. 이 학교 송만영 교장은 “중복지원 탓도 있었지만 정부가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여가기로 하면서 인기가 식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원마고뿐 아니라 대학 원자력학과 경쟁률도 치솟았다. 2023학년도 원자력 관련 학과 입시(수시) 경쟁률은 평균 9.4대 1로 전년(8.7대 1)보다 상승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는 같은 기간 4대 1에서 4.7대 1로, 한양대 원자력공학과는 18.9대 1에서 19.5대 1로 상승했다. 세종대 양자원자력공학과는 10.1대 1에서 14.7대 1로 치솟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 정권 땐 원자력학과가 비전 없는 학과로 급추락 했지만 올해는 인기가 되살아났다”며 “원자력학과는 세계적 산업동향보다 한국의 특수 상황에 따라 극명하게 인기가 달라질 수 있는 정책 관련 학과”라고 설명했다.
학생을 모집하기 힘들었던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도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박사 과정 중인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는 “탈원전 정책으로 영남대 원자력학과 대학원은 생긴 지 1년 만에 통폐합 됐고, 지방에선 원자력 분야 석·박사 지원자가 한두 명 뿐인 곳이 많았다”며 “카이스트 대학원 학생들도 아예 비원자력계로 진출하기도 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전문가 “늘어날 원전 인력 수요 대비해야”
하지만 국내에 원자력발전소 자체가 늘고 있는 데다 정부가 ‘한국형 원자력’ 수출을 지원하면서 전문인력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해외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수출 지원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한다. 최영대 사실과과학네트워크 대표는 “한국은 지형적으로 유럽 등지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불리한 편”이라며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원자력 산업 확대가 불가피하다. 늘어날 인력 수요를 대비해 관련 전문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경북 울진군 지역경제 훈풍, 인구 늘고 상권도 부활 조짐
「 얼어붙었던 경북 울진군의 지역경제에도 다시금 순풍이 불고 있다. 북면 부구리에서 주요소를 운영하는 이광민(37)씨는 “주변 상가들 보면 요새는 비자마자 바로 채워지고 있다.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진짜 문을 닫으려 했다. 겨우 버티다 신한울 1호기가 가동되는 걸 보고 기대를 가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21년간 죽변면에서 음식점을 운영한 정모(55)씨는 “아직까지 크게 손님이 는 건 아니지만 원전 산업이 다시 활기가 돌면 아무래도 인력이 많이 들어오니까 (손님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탈원전 이후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여기 주변 상인 대부분 (원전 가동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다른 원전 지역에 비해 제조업 기반도 매우 취약한 상태다. 영광(한빛)(5.4%), 경주(월성)(42.7%), 울주(새울)(67%), 기장(고리)(26.7%)보다 울진(1.7%)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그만큼 원전 산업 수요를 동력으로 지역경제가 돌아가는 게 크다는 얘기다. 북면에서 나고 자란 김청하 북면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정권이 바뀌면서 원전 정책 기조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자 그때부터 지역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 앞으로 외부 인력유입이 늘고 하면 일자리 문제도 덩달아 해결될 것”이라며 “이제 스타트를 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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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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