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돌봐야 세상이 회복된다
로버트 젠슨 지음
김성훈 옮김
한빛비즈
세계 곳곳에서 참담한 사건·사고가 시시때때로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얼마 전 크리스마스가 낀 주말에 역대급 겨울 폭풍과 강추위가 몰아쳐 수십 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해나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까지, 우리는 이전에 겪어 보지 못한 재난을 경험하고 있다.
이 책 『유류품 이야기』는 대형 사고와 재난 이면의 이야기, 현장을 격리하기 위해 쳐놓은 경찰 통제선과 바리케이드 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저자는 세계적인 재난 수습 회사의 대표. 이 회사는 전 세계 여러 항공사, 해운회사, 철도회사, 각국 정부 등과 일하며 죽은 사람을 다루는 일을 한다. 저자는 성인이 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여느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규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처리하며 살아왔다. 미국의 9 ·11테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아이티 대지진 등 대규모 재난 현장에서다.
죽음을 ‘처리한다’는 건 다양한 의미다. 유해를 수습하고 시신과 유류품을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일부터 정부와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여러 가지 일까지 모두를 말한다. 저자에게 죽음을 처리하는 일은 죽은 자가 아닌 산 자를 위한 작업이다. 그는 자신의 진짜 목표는 산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슬픔과 고통을 끊어낼 수는 없겠지만 회복 과정을 감당할 수 있게, 과거의 일상을 내려놓고 새롭게 찾아온 일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돕는 것 말이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글로 읽다가도 끔찍한 현장에 있는 듯 느껴져 눈을 질끈 감게 된다. 사건의 간접 영향권에 있는 사람이라면 눈 한 번 질끈 감고 고개를 돌리면 그만이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생존자나 가족은 고개를 돌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들은 한동안 정상에서 벗어난 삶을 경험하게 된다. 시스템이 이들을 어떻게 돌보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세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존과 같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새롭게 구축해 나가야 할 자신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원제 Personal Effects.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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