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드라마가 러시아어를 쓴 까닭
이철재 2022. 12. 31. 00:33
구자정 지음
박영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웅을 꼽는다면 누구보다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미국의 대피 권유를 뿌리치고 수도 키이우에 남아 우크라이나 전 국민에게 사수 의지를 불어넣은 그다.
코미디언이었던 젤렌스키는 주연을 맡은 드라마 ‘국민의 종’의 인기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러시아어로 제작됐다. 우크라이나어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에 사는 모든 이가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러시아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배경은 복잡하다. 우크라이나라 불리는 땅엔 우크라이나인뿐만 아니라 유대인과 러시아인도 살았다. 영화 ‘대장 부리바’에서 보듯 폴란드인도 우크라이나와 엮였다.
역사의 타래를 전쟁의 단칼로 끊으려 한 푸틴 대통령이 전범은 맞다. 그러나 푸틴을 악마로 단죄한다고 해피엔딩은 아니다. 러시아와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풀 묘책을 찾는 게 우크라이나 재건의 출발점이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기원을 다룬 『우크라이나 문제의 기원을 찾아서』는 이처럼 그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미국과 러시아에서 관련 조사를 해온, 국내 몇 안 되는 우크라이나 관련 연구자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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