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디지털 혁신·스타링크·드론으로 반전 이끌어
디지털 걸리버여행기
이런 드론 하드웨어와 인공지능(AI), AI 반도체 기술을 결합하면 적의 위협을 자율적으로 인식하고 추적하는 차세대 전략 무기도 저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 인공지능을 내장한 무기들을 통해 전장 상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전술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면 미래 전장의 모습이 바뀔 것이다. 쉽게 이길 것으로 생각했던 전쟁에서 밀리자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이제 핵무기 사용까지 언급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다.
구글 CEO와 이사회 의장을 오랫동안 역임한 컴퓨터과학자 에릭 슈미트 박사는 2018년 8월 미국이 AI 시대에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9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던 슈미트 박사에 따르면 전쟁을 반전시킨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의 일상 생활은 빠르게 정상화됐다. 공습 사이렌이 울리고 전기·수도 공급이 불안정하지만 식당에는 사람이 붐볐다. 국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디지털혁신부 장관에 91년생 전문가 임명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부패가 없는 투명한 ‘디지털 국가’로 만들기 위해 디지털 혁신부를 만들고 IT 전문가인 1991년생 미하일로 페도로프를 이 부처의 장관 겸 부총리로 임명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여권 등 다양한 정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Diia라는 모바일 전자정부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2024년까지 모든 정부 서비스의 100%를 휴대폰으로 가능하게 하고 서비스의 20%는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다.
우크라이나의 반전에 결정적인 또 다른 요인은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한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현재까지 쏘아 올린 3604개의 저궤도 위성이 제공하는 이 통신 서비스는 러시아가 공격할 수 없다. 러시아 침공이 시작되자 페도로프는 머스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머스크는 바로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와 위성 안테나 터미널들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러시아군을 퇴치하는데 필수적인 인프라가 됐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선을 이용해 한 번에 수십 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 1만2000개를 목표로 위성을 계속 쏘아 올리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4만개까지 고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미국·유럽·일본 등 45개국에서 100만여 개 이상의 위성 터미널이 깔렸다. 우크라이나에는 군과 정부, 그리고 폴란드행 열차 등에 현재 약 2만4000개의 스타링크 터미널이 깔려 있다. 최근 머스크는 1만개의 터미널을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링크 터미널의 3%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에 2만여개 스타링크 터미널 깔려
가장 앞선 체계를 갖춘 미국도 초당적으로 NSCAI를 만들어 미국 국가안보 체계의 새로운 그림과 로드맵을 제시하도록 했다. NSCAI 보고서의 서문에서 슈미트 박사는 네 가지의 필수적 변화를 강조했다.
▶리더십: 새 시대의 국가안보체계는 대통령의 책임이다(The buck stops with the President).
▶인재: 디지털 시대는 디지털 군대를 필요로 한다. 완전히 새로운 인재양성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하드웨어: 인공지능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제조를 미국 내에서 되살려야 한다. 올해 발효된 반도체 과학법(CHIPS+ Act)에 반영됐다.
▶혁신 투자: 공통 기반 기술인 AI와 안전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고 국방 AI 분야의 벤처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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