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들, 그들은 왜 울산을 떠나는가?
[KBS 울산] [앵커]
한 해 6천 명에 가까운 청년들이 울산을 떠나고 있습니다.
남성보다 여성 청년들의 탈울산 경향이 가속화하고 있는데요.
울산의 여성 청년들이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 울산 청년 정유정 씨의 얘기를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이어서 공웅조 기자가 해법은 없는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저는 울산 토박이 23살 정유정입니다.
오늘도 출근했습니다.
주문을 받고 바쁘게 음료를 준비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장사 잘 돼서 좋겠다고요?
사실은 언니 카페 일을 돕는 거랍니다.
전 두 달 뒤면 대학을 졸업합니다.
아나운서가 꿈이어서 일하는 틈틈이 대본을 읽으며 연습하는데요.
울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많은 친구들이 대학에 가면서 또 일자리를 구해 고향을 떠났습니다.
제 친구 원주도 그랬죠.
[이원주/타 지역 이주 여성 청년 : "상대적으로 인프라나 이런 건 수도권 지방에 몰려 있으니까 울산은 내가 취업할 때 진로 선택지에 아예 없었어."]
전 일주일에 2번 동해선 전철을 타고 왕복 3시간 걸리는 부산의 아나운서 학원에 다닙니다.
제가 관심 있는 방송이나 광고는 울산에서 배울 곳도 없고 일자리도 없어요.
울산에만 있다가는 취업도 못 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저요.
저도 결국 울산을 떠나야 하는 걸까요?
지난해 5천 800여 명의 청년이 울산을 떠났습니다.
이 중 여성은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2천 700여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울산은 청년 남성 비율 56%, 여성이 44%입니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여성 청년들이 더 많이 더 빠른 속도로 울산을 빠져나가고 있는 겁니다.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이른바 중후장대 기업은 많지만 금융, 관광, 반려동물 등 젊은 여성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일자리는 적습니다.
그래서 울산 청년 여성 고용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습니다.
산업구조를 당장 다변화할 순 없습니다.
우선 기업의 성차별적인 관행을 없애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력난이 심한 중소기업은 근무환경 개선을 울산시가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김혜정/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 "광역 단위의 지자체에서 중소기업이 예를 들어 회사 환경을 바꾼다거나, 돌봄 휴가를 별도로 준다든가 이런 경우에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한번 펼쳐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울산혁신도시의 공공기관들도 지역인재 채용을 확대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전 기관 10곳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35.2%로 전국의 혁신도시 10곳 중 7번째에 불과합니다.
[강병문/한국주택금융공사 인사운영팀 과장 : "지역 인재 분들의 경우 본인의 생활근거지에서 근무하시기 때문에 직무에 대한 집중도와 만족도가 높은 편이고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에 기관의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일하며 아이를 낳아 잘 돌볼 수 있고 문화와 여가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도시.
지역 여성 청년들이 원하는 울산의 모습은 남성도, 은퇴한 노년층도 살고 싶은 도시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울산이 활력을 되찾고 도시 품격을 갖추려면 여성 청년 친화도시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공웅조입니다.
공웅조 기자 (sal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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