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협 맞서 … 독자 정찰능력 확보 청신호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정희영 기자(giraffe@mk.co.kr) 2022. 12. 3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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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비행
액체연료보다 발사 '신속'
대량생산 쉽고 비용도 저렴
목표고도 450㎞까지 올려
우주개발·감시위성 개발 속도
中어선 조업 탓에 발사 지연

정부와 군당국이 엄격한 보안 속에서 30일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비행시험에 성공하며 독자적 군사 정찰위성 확보를 위한 또 하나의 밑돌을 놨다.

이날 발사는 고체연료 기반 발사체 사용을 막아온 '한미 미사일 지침'이 작년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종료되면서 군당국이 개발에 속도를 붙인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성공으로 인해 소형 정찰위성이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자력으로 올리기 위한 군당국의 발사체 개발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군당국은 지난 3월 30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발사체 성능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시험은 지난해 7월 고체 추진기관 연소시험 성공 이후 8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러한 가운데 군당국은 이번 시험의 성격을 '비행시험'으로 규정했다. 이는 정찰위성을 실어나를 고체 추진 발사체의 성능 향상에 초첨을 맞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체 추진 발사체는 구조가 간단하고 발사 준비 기간도 통상 7일 미만이 소요된다. 발사체를 연료를 장착한 상태로 관리할 수 있어 취급이 비교적 용이하고 대량생산에도 유리하다. 발사체 제작 비용도 액체 추진 발사체에 비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연료 효율이 액체에 비해 낮아 소형,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기 위한 용도로 주로 쓰이고 있다. 군이 확보하려는 소형·초소형 정찰위성에 걸맞은 사양을 갖춘 셈이다. 이날 시험은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ADD의 안흥시험장에서 오후 6시께 진행됐다. 앞서 발령된 항행경보에 따르면 당초 ADD는 26~29일 중에 시험비행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 등의 안전을 고려해 30~31일로 경보를 변경한 후 시험을 진행했다. 경보에도 불구하고 조업을 멈추지 않는 어선들로 인해 시험 시간이 일몰 이후로 지연됐을 개연성도 있다.

군당국은 이번 시험에서 목표했던 고도인 450㎞에 발사체를 올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험에서도 △대형 고체 추진기관 △페어링(로켓 덮개 부분) 분리 △단 분리 △상단부 자세제어 기술 검증을 실시했다.

항공우주 전문가인 조진수 한양대 명예교수도 "군당국이 이번 시험으로 발사체를 지구 대기권 밖까지 올리는 것과 관련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당한 기술 진전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국방부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소형 위성 또는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 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군의 대북 감시능력을 향상시킬 정찰위성을 조기에 전력화하기 위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시험으로 독자적 정찰위성 전력화를 위한 남북 간 '우주 경쟁'도 더욱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월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감시·정찰위성 확보를 주요 군사력 강화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공개적으로 고체연료 추진 발사체 개발을 위한 시험을 수차례 실시하고 위성 시험품에서 촬영한 지구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그동안 발사체 관련 성과가 북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한국도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를 계기로 고체연료 추진 발사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발사체에 탑재된 SAR(영상레이더)와 EO·IR(광학) 위성 등 정찰위성 관련 기술은 한국이 북한보다 상당한 우위를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당국이 개발 중인 고체연료 추진 발사체는 정찰위성 발사는 물론 언제든 탄도미사일 등의 대북 억제력으로 전용될 여지도 있다. 정찰위성과 미사일 모두 기본적으로는 탄도미사일 기술에 기반한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군당국으로서는 개발된 고체연료 추진 발사체를 유사시 미사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이중 용도' 기술을 발전시킬 개연성이 크다.

[김성훈 기자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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