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텀블러 1000번 쓰기 도전

박유빈 2022. 12. 3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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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났다던 지난 8월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는 많은 이에게 '날씨가 이상해졌다'는 인상을 남겼다.

마치 '텀블러를 1000번 이상 써야 환경보호 효과가 있다'는 말을 접한 뒤 텀블러도 환경오염이라며 그대로 일회용컵을 쓰듯이.

텀블러 1000번 사용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 하루에 마시는 횟수부터 생각해보자.

어마어마해 보여도 인구 100만명인 수원시나 창원시 사람들이 모두 1000번씩 텀블러를 쓰면 줄일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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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났다던 지난 8월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는 많은 이에게 ‘날씨가 이상해졌다’는 인상을 남겼다. 최근 한파도 비슷하다. 날씨가 요동칠 때면 주변에서 ‘기후변화 때문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해 이게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라고 새삼 느낀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해 바뀐 미묘한 대기 순환과 해류 흐름이 어떻게 지구 날씨를 바꿔놓는지 기사를 쓰면 ‘기후재난이 정말 문제’라는 댓글이 달린다. 그러고 다시 날씨가 온화해지면 이들은 원래 일상으로 돌아갈 테다.

폭우나 한파를 겪은 뒤 ‘기후전사’가 되지 않는 이들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명색이 환경팀원인 나 역시 생각만으로 행동이 바뀌긴 어렵단 걸 뼈저리게 느낀다. 점심을 먹은 뒤 으레 카페에 들르지만 회사에서 나갈 때 텀블러 챙기기를 꾸준히 까먹는다. 핑계를 대자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전날 점심에 했던 ‘내일은 텀블러 챙겨야지’라던 다짐 자체를 잊어서인데, 이 핑계가 몇 달이 이어졌다. 이 핑계를 좀 더 보완해보자면, 그만큼 습관이 바뀌긴 어렵다는 거다.
박유빈 환경팀 기자
오히려 기후변화를 어떻게 해야 완화할 수 있을지 각종 내용을 접하다 보면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란 회의가 생기기도 한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발전·산업·수송·건물 등 여러 분야의 기술과 정책, 기업 방침 등 큰 구조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 틈에서 개인이 뭘 할 수 있을지, 나 하나 쓰레기 줄여 기후문제에 무슨 도움이 될지 냉소적이게 되기도 했다. 마치 ‘텀블러를 1000번 이상 써야 환경보호 효과가 있다’는 말을 접한 뒤 텀블러도 환경오염이라며 그대로 일회용컵을 쓰듯이.

그럼에도 환경팀원으로 누린 장점은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려는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축제에서 만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려 한다던 한 학부모는 ‘제로웨이스트샵이 적어 다니기 멀지 않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그래도 간다”고 했다. 3년째 실시된 그린피스의 가정 내 플라스틱 사용 조사에서는 지난해 2000명대였던 참여자가 올해는 3000명대로 늘었다. 일부 기후활동가는 닥쳐오는 기후변화에 두려움을 느껴 기자회견 중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래도 또다시 어떻게 기업이나 정치인의 입장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렇게 우리나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상향됐고 석탄발전을 줄이고,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을 압박하게 될 것이다.

텀블러 1000번 사용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 하루에 마시는 횟수부터 생각해보자. 하루 1∼2잔은 흔히 마시는 직장인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 1년 반 안팎의 시간이면 1000번을 채울 수 있다. 지난해 주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된 일회용컵만 10억2389만개다. 어마어마해 보여도 인구 100만명인 수원시나 창원시 사람들이 모두 1000번씩 텀블러를 쓰면 줄일 수 있는 양이다. 생산부터 폐기에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이다.

그러니 ‘월급루팡’을 바라며 물 한 컵이라도 더 마시려는 직장인들이 한마음으로 텀블러를 사용한다면 변화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새해 점심시간에는 회사를 나갈 때부터 한 손 든든히 컵을 챙겨 나가면 어떨까.

박유빈 환경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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