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독재 부역 경찰이 받은 모든 훈장·포상 박탈”

최서은 기자 2022. 12. 3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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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파시스트 지지자들이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사망 기념일인 지난 11월 20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기념 집회를 열고 있다. 마드리드/AP연합뉴스

스페인 정부가 군부 독재 정권 기구의 일원이었던 전직 경찰과 치안 경비원이 받은 모든 훈장과 포상을 철회하라고 명령했다.

페르난도 그란데 마르라스카 스페인 내무부 장관은 ‘민주주의기억법’을 적용해 “프랑코 독재 정권 기구의 일부를 형성한 경찰관과 치안 경비원이 받은 모든 훈장과 포상을 철회하라”고 했다고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정부의 이 같은 결정으로 프랑코 독재 정권 당시 고문 경찰관이었던 후안 안토니오 곤잘레스 파체코에게 수여된 훈장은 사후철회될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총 4개의 연금 훈장을 받았는데, 하나는 프랑코 정부에서 수여했고 나머지 3개는 민주 정부 초기에 받았다.

파체코는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 구금 시설인 지하감옥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사람 중 한명이었다. 피해자들이 그에게 받은 고문을 증언한 것만 수백건에 달하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독재 정권 당시 희생자 수십 명에게 고문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받지 않았다. 이후 2020년 5월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파체코를 비롯한 독재 정권 고문 경찰과 민간 경비원들이 그동안 스페인에서 받은 훈장만 수만 개에 달하며, 이들 중 상당수는 평생 동안 연금도 함께 수급했다.

스페인 내무부는 피해자의 존엄성을 경시하고 모욕하거나 증오나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선동하는 프랑코주의 옹호 단체에 대한 ‘해체 가능성’ 또는 ‘공익’ 선언의 취소 조치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독재 정권의 억압자들 뿐 아니라 스페인 헌법이 정한 민주적 가치와 인권 보호 지침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사람들에게 수여된 훈장과 포상을 직권으로 검토하고 철회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이러한 조치는 지난 10월 스페인 의회를 통과한 민주주의기억법을 발효해 적용한 결과다. 스페인 민주주의기억법은 1939년부터 1975년까지 약 36년간 스페인을 통치했던 프랑코 독재정부의 과거 청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이다. 이 법은 서문에서 “역사는 내전에서 스러져간 이들에 대한 망각과 침묵 위에 서 있을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스페인 내전과 이후 프랑코 독재 기간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유해를 수습하고, 당시 사법 판결을 재조사해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도록 했다. 또 프랑코 정부에 대한 찬양·고무 발언 시 사안의 경중에 따라 최소 200유로에서 최대 15만유로(약 2억원)까지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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