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입실론'로켓 비행 성공... 더미위성 우주에 올렸다

민병권 기자 2022. 12. 3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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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고체로켓 2차 비행시험 성공
발사→2~4단 분리→페어링분리.
비행중 모든 기능 정상 작동 확인
고도 450km 날아...더미위성 분리
사실상 기술완성 수준...北로켓 압도
30일 오후 서울 옥수동 상공에 긴 연기 꼬리를 그리며 날아가는 빛이 포착됐다. 이 현상은 전국 각 지역에서 관측됐으며 국방부는 이날 오후 6시 50분께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ADD가 개발한 국산 고체추진 우주로켓이 3월 30일 안흥 시험장에서 실시된 1차 비행시험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모습. 당시에는 일부 기능만 시험한 부분적 테스트였으나 12월 30일 실시된 2차 비행시험은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입증한 전(全)기능 테스트였다. 사진 제공=국방부
[서울경제]

초소형 위성 등을 저궤도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국산 우주발사체가 2차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이번 비행시험에서는 특히 인공위성 모사품(더미위성)을 우주공간에 쏘아 올려 분리시키는 작업까지 완벽히 이뤄진 것으로 서울경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일본의 고체추진우주로켓 ‘입실론’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수준의 ‘한국판 입실론’ 로켓을 사실상 완성 수준까지 개발 완료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30일 오후 “고체추진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비행은 올해 3월 ADD 안흥시험장에서 실시된 1차 시험비행 성공 이후 9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번 시험은 우주안보·우주경제 시대에 맞춰 독자적 우주기반 감시정찰 분야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진행됐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3월의 1차 시험 당시에는 기본적인 로켓 성능을 비롯해 일부 기능만 테스트됐다. 반면 이번 2차 시험에서는 ‘발사→2~4단 분리→페어링 분리→더미위성 분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테스트했으며 해당 기능이 모두 정상 작동했다. 만약 더미위성이 아닌 실제 위성을 올려놓았다면 곧바로 저궤도상에 띄울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이날 공식적으로는 “항후 몇 년간 개발 과정을 거쳐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고체추진우주로켓 기술 개발 자체는 이번 비행시험으로 사실상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국은 추가 더미위성 기반의 3차 시험비행 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로켓에 탑재할 국산 초소형 정찰위성 등의 개발이 완료되면 그에 맞춰 후속 시험이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 이번 시험은 안흥 ADD시험장에서 오후 6시에 이뤄졌으며 고도 450㎞까지 올라갔다.

우리 군은 향후 40여 기의 초소형 정찰위성들을 저궤도상에 쏘아 올릴 예정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조짐을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정밀 감시, 추적하기 위해서다. 또한 유사시 우리 위성들이 적의 공격이나 우주재난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소실될 경우 즉시 이를 대체할 위성들을 발사해 우주기반 대북감시 체계의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우리 군의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체추진우주로켓의 국산화가 절실했다. 우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노력 끝에 세계적 수준의 액체연료 추진 방식의 우주로켓 ‘누리호’ 개발에 성공했지만 액체연료추진 로켓은 발사 준비 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전시 등에 즉각적인 발사가 어렵고 저가의 초소형 위성을 다량으로 쏘는 것에 경제적으로 적합하지 않았다. 반면 고체추진우주로켓은 발사 준비 시간이 매우 짧고 비용도 저렴해 군사용 등에 적합하다는 것이 우주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리는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이어 이번 한국판 입실론 로켓의 시험비행도 완벽히 성공시킴으로써 세계 정상급의 액체로켓과 고체로켓 기술을 모두 보유한 우주강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번 고체추진우주로켓은 대외비라 정확한 제원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본지 취재 결과 일본 입실론 로켓과 마찬가지로 4단 구조의 로켓으로 개발됐으며 추력은 조선중앙통신 등이 최근 지상 시험에 성공했다고 공개한 북한의 고체로켓을 상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보다 더 빨리 더 강력한 고체우주로켓을 실용화해 고성능의 감시정찰위성 등을 대량으로 우주 저궤도상에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2차 시험은 예고 없이 세밑에 갑자기 이뤄졌다. 해당 우주로켓이 긴 화염 꼬리를 그리며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본 일반 시민들은 미확인 비행물체라며 온라인 등에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같은 깜짝 2차 비행시험은 해당 로켓 개발이 비밀을 요하는 사업이어서 대중에게 미리 공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난 1차 비행시험도 예고 없이 갑자기 이뤄진 바 있다. 다만 저녁 무렵에 갑자기 이뤄진 이번 발사는 북한이 최근 소형 무인기를 남침시켜 서울 등 수도권 북부 지역 일부를 정찰하고 돌아가는 등 도발한 데 대한 맞대응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조잡한 무인기 몇 대로 대남 정찰을 하고 있을 때 대한민국은 첨단의 고체로켓을 우주공간에 쏘아올려 저궤도에서 북한 전역을 거의 실시간으로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을 곧 갖출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주로켓기술은 탄도미사일 기술과도 상당 부분 공통된 점이 있다. 따라서 ADD가 이번 고체우주로켓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보다 고위력 및 장거리의 미사일들을 개발할 수도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를 통해 유사시 북한의 전략기지 등을 향해 더 강력한 대량응징보복(KMPR)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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