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제, 천국으로 드리블

이두리 기자 2022. 12. 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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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
1940~2022
브라질 축구의 상징, ‘축구황제’ 펠레가 30일 세상을 떠났다. 펠레가 투병 중이던 지난 3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브라질-카메룬전에 앞서 한 브라질 팬이 우승을 기원하며 응원 현수막 속 펠레의 손에 모형 월드컵을 안기고 있다. 루사일 | 로이터연합뉴스
펠레는 누구인가

■본명 = 에드손 아란테스 도 나시멘토

■출생~사망 = 1940년 10월23일~2022년 12월30일

■소속팀 = 산투스(1956~1974), 뉴욕 코스모스(1975~1977)

■국가대표 성적 = A매치 92경기 77골
그가 남긴 기록들

△월드컵 역대 최다 3회 우승 - 1958, 1962, 1970 △월드컵 최연소 득점(만 17세239일) △월드컵 최연소 해트트릭 (만 17세244일) △월드컵 최연소 결승전 출전 및 득점 (만 17세249일) △A매치 77골 = 역대 브라질 선수 최다 득점

에드손 아란테스 도 나시멘토. 긴 이름을 가진 ‘축구 황제’가 30일 영원히 잠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펠레’라고 불렀다. 펠레가 29일 오후 3시27분(현지시간) 향년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치료받고 있던 브라질 상파울루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은 “대장암의 진행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 사망 원인”이라고 밝혔다.

펠레의 사망 직후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라. 영원히!”라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가 게재됐다. 펠레가 45년 전 현역 은퇴 무대에서 관중을 향해 외쳤던 메시지이기도 하다.

펠레는 지난해 9월 대장에서 종양이 발견돼 제거 수술 뒤 화학치료를 받아오다 지난달 심부전증과 전신부종 등 증세로 재입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호흡기 증상도 더해졌다. 증상이 악화하자 펠레의 가족은 그가 입원한 병원에서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펠레는 세계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중앙 공격수였던 펠레는 17살에 성인 대표팀에 데뷔한 뒤 이듬해인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6골을 폭발시키며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월드컵 사상 최연소 선수였던 펠레는 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는 해트트릭, 결승전에서는 멀티골을 터트리며 개최국 스웨덴을 5-2로 꺾는 데 앞장섰다.

‘월드컵 3회 우승’ 펠레, 영광의 순간들 펠레는 역대 최다인 3차례 월드컵 우승 기록을 가졌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처음 우승하고 선배 품에 안겨 울던 만 17세 펠레(위 사진)와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 우승한 20대 청년 펠레(가운데),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세번째 우승 뒤 동료들의 세리머니를 받는 30대 펠레가 브라질 축구의 절정기를 만들었다. AP연합뉴스

대회 직후 펠레의 천재성을 알아차린 브라질 정부는 소중한 축구 보배가 해외리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펠레를 ‘국보’로 지정했다. 펠레는 1956년 프로에 데뷔해 1974년까지 브라질 프로축구팀 산투스FC에서만 뛰었다. 선수 생활 종반부에야 ‘축구 불모지’ 미국에 축구를 전파하고자 북미축구리그 뉴욕 코스모스로 옮겼고 1977년 은퇴했다.

친정팀 산투스FC와 마지막 팀 뉴욕 코스모스의 친선 경기로 치러진 펠레의 고별전에는 7만5646명의 관중이 몰렸다. 전반전에는 산투스 유니폼, 후반전에는 뉴욕 코스모스 유니폼을 입은 펠레는 이날 자신의 통산 1281번째, 마지막 골을 터트렸다.

1971년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기까지 펠레는 14년간 A매치 92경기를 뛰며 77골을 터트렸다. 마지막 월드컵이었던 1970년 멕시코 대회에서는 6경기 모두 풀타임을 뛰며 4골 6도움을 기록했다. 그가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동안 브라질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세 번이나 들어 올렸다. 브라질 축구의 황금기, 그 한가운데에 펠레가 있었다.

펠레는 투병 중에도 축구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브라질이 크로아티아에 지자 SNS에 브라질 대표 네이마르의 사진을 공유하며 “운동선수로서 우리의 가장 큰 의무는 동료들, 다음 세대,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다. 그때 우리가 항상 행복할 순 없지만, 당신은 언제나 사람들이 열망하는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서 우승한 18일에는 “리오넬 메시의 첫 월드컵 우승은 마땅한 성취이고, 킬리안 음바페는 축구의 미래를 위한 선물이다. 아프리카 최초로 준결승에 오른 모로코도 축하한다”고 했다.

평생 동안 전 세계에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전한 펠레가 2022년의 끝자락, 영원히 잠들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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