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그만둘 책임, 차별하는 쪽에 있다[책과 삶]
바다를 주다
우에마 요코 지음·이정민 옮김
리드비 | 260쪽 | 1만5000원
“문제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는 사람은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모른다.”
따뜻한 휴양지로 익숙한 일본의 오키나와섬.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이곳은 ‘차별’당하는 지역이다.
<바다를 주다>의 저자 우에마 요코는 류큐대 교수로 주로 여성 문제를 연구한다. 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오키나와가 어떤 곳인지 잊지 않기 위해 주일미군이 있는 후텐마 기지 근처에 산다. 그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미군의 새로운 기지 건설이 강행되던 순간부터 글을 쓸 수 없게 됐다. 담당 편집자는 일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듯 써보자고 했다. 이 책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야기와 소외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잔잔하게 써내려간 에세이다.
저자는 도쿄에 잠시 거주할 때 군 비행기 소리가 들리지 않아 놀랐다고 한다. 후텐마 기지 근처에선 옆 사람의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음이 일상이다. 이들은 일상에서 느끼는 분노를 삼켜야 한다. 저자는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오키나와 주민들이 거듭 중단할 것을 부탁해도 오늘도 푸른 바다에 토사가 투입된다. 이것이 차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차별을 그만둘 책임은 차별당하는 쪽이 아닌 차별하는 쪽에 있다.”
술집에서 일하는 10대 여성을 인터뷰하고 <맨발로 도망치다> 책으로 펴낸 바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도 폭력 가정에서 자라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된 여성들과 함께 살아내는 따스한 시선을 담았다.
남편의 외도로 입었던 상처와 이를 치유해준 맛있는 된장국 한 그릇 등 소소한 이야기도 마음을 울린다. 책의 길이는 짧지만 여운은 길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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