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노조 교섭 응해야”···원청 상대 파업 등 단체행동 '불가'
경남지노위, "단체교섭 의무 없다"며 기각
중노위, 원·하청노사 3자협의 교섭 인정
교섭 의무 있지만 "결렬돼도 파업은 안돼"
노동계 "사용자 지위 일부 인정 "주장
사측 "파업제한에 의미" 불복 가능성
중앙노동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조에 실질적 지배력을 미치는 만큼 하청 사업주와 함께 성실히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놓았다. 다만 중노위는 하청노조의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협약체결권이나 단체행동권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노위의 이번 판정은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노동계와 경영계의 해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일부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하청 근로자의 단체협약체결권이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은 만큼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의미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노위의 구체적인 판단과 법리적 논거 등이 공개될 때까지 혼란이 예상된다.
중노위는 30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원청 사업주가 하청 사업주와 함께 성실히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구체적 판단 내용 및 법리적 논거 등이 담긴 판정서를 작성해 노사 당사자에게 보낸다. 판정서가 당사자에게 송달되면 효력이 즉시 발생한다.
이에 앞서 하청노조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①성과급(물량팀 포함 모든 노동자 지급 등) ②학자금(일당제 노동자도 포함 등) ③노조 활동 보장(하청노조 사무실 제공 등) ④노동안전(하청노조의 원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 재해 발생 시 하청노조의 사고 조사 참여 등) ⑤취업 방해 금지(블랙리스트 부존재 확약 등) 등 5개 의제 교섭을 요구했다. 하청노조는 대우조선해양이 단체교섭을 거부하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초심 판정을 내린 경남지노위는 “원청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판정을 했는데 중노위가 이를 뒤집었다.
이번 중노위 판정은 2021년 6월 CJ대한통운 사건과 큰 틀에서 방향이 같다. 당시 중노위는 CJ대한통운에 원청으로서 택배기사와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어도 CJ대한통운이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사용자로서 의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후 현대제철도 비슷한 취지의 판정이 내려지면서 경영계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과도하게 인정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중노위 판정은 원청과 하청·하청노조 간 3자 교섭을 해야 한다고 명시한 점이 CJ대한통운 판정과 다르다. 중노위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과 하청노조의 양자 교섭은 인정하지 않았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중요 문제인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원청 노사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중노위 판정은 하청노조에 원청과의 교섭권을 인정하면서도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협약체결권과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중노위가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분리해 판정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노위는 이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올 6월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작업장을 51일 동안 점거한 파업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청을 상대로 한 파업은 앞으로 불가하다고 명백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조의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벌써부터 중노위의 판정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원총의 하청노조 ‘교섭 의무’를 인정해놓고 이와 관련한 단체협약체결권이나 단체행동권 등 쟁위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노위 관계자는 “판정문이 작성된 후 정확한 판정 취지가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노위는 판정서를 통상 30일 이내에 작성해 노사 당사자에게 송부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청과의 교섭을 인정하면서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정에 대해 여러 해석이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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