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히틀러가 마약중독자였다?[책과 삶]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노르만 올러 지음·박종대 옮김
열린책들 | 400쪽 | 2만2000원
2014년 독일 나치 정권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마약중독자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차 세계대전 중 작성된 미군의 문서가 근거였다. 이 문서는 히틀러의 주치의 테오도르 모렐의 사적인 편지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
문서에 따르면 히틀러는 생전에 필로폰과 모르핀, 진정제 등 74종류의 약물을 복용했다. 1945년 4월30일 지하 벙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던 날에도 필로폰이 포함된 마약 주사를 9차례나 맞았다.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광기 뒤에는 마약이 있었던 셈이다.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는 나치 독일과 마약의 관계를 추적한 책이다. 나치 독일 시대의 마약 사용에 대해서는 학술 영역이나 언론에서 짧게 언급되었을 뿐, 자료에 근거해 포괄적으로 다룬 연구는 지금껏 없었다. 언론인 출신 작가 노르만 올러는 독일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마약이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그는 독일 전역의 기록물 보관소에서 찾은 자료를 토대로 19세기 초 독일의 화학자 제르튀르너가 아편에서 핵심 성분인 모르핀을 분리 추출하는 데 성공한 때부터 1920년대 제약산업 발전으로 인공 약물 생산이 가능해진 시기, 1945년 히틀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날까지 재구성한다. 특히 히틀러의 주치의 모렐의 일지를 바탕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그린 파트는 흥미롭다. ‘환자 A’로 명명된 일지 안에서 히틀러는 그저 마약에 중독된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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