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는 끝나지 않는다”···2022년 마지막 금요일, 이태원 밝힌 추모 촛불

전지현 기자 2022. 12. 3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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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과 희생자 유가족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2022년 마지막 금요일이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63일째 되는 30일 저녁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49재가 치러진 지난 16일 첫 추모제에 이어 2주 만에 열린 두 번째 공식 추모행사였다. 있어서는 안 될 참사가 벌어진 2022년도 이들이 밝힌 촛불과 함께 저물어 갔다. 연말 모임을 뒤로하고 추모제에 참석한 유족과 시민들은 이날 “해는 바뀌어도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외쳤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 대통령 집무실 인근인 전쟁기념관 앞에서 시민추모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를 열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기승을 부리던 동장군의 위세도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 앞에 잠시 누그러지는 듯했다.

직장인 강혜진씨(34)는 “2주 전 49재 때도 추모제에 왔었는데, 유가족들께서 힘을 보태달라고 했던 말이 맴돌아 다시 나오게 됐다”고 했다. 그는 “연말연초는 원래 가족들의 건강을 비는 때이지만, 이번엔 이에 더불어 유가족들이 바라는 요구사항이 온전히 지켜지길 빌 것”이라 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는 손팻말을 든 추모객들은 “대통령은 사과하라!” “진실을 규명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추모제에서 유족들은 누군가의 딸이자 아들, 동생이었던 희생자들이 평범한 청년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여는 말에서 “벌써 헤어진 지 60일이 넘은 아이들은 평일엔 생계를 위하여,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각자의 삶에 충실한 청년들이었다”고 했다. 희생자 이주영씨의 오빠 진우씨는 “최근에 눈이 내릴 때, 이제는 없는 동생과 눈오리를 만들던 것이 떠올랐다”면서 “친구 같은 동생은 지금 없다”고 울먹였다. “낯간지럽단 이유로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 해준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국회에서 진행 중인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전수진 미국변호사는 “어제 국정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갑작스럽게 기관보고 일정을 파행으로 몰고 갔다”며 “남은 국조 기간이 얼마되지 않아 촉박한데 유족들과 국민이 바라는 철저한 진상규명 기회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한 유족은 “국정조사에 기대를 걸었지만 황망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유가족협의회는) 진실이 규명되는 그날까지 한마음으로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할 것”이라 밝혔다.

3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과 희생자 유가족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추모제 공식행사에 앞서 오후 5시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 차려진 시민분향소 앞에서 시인들의 추모시 낭독회가 있었다.

“골목이 없는 도시도 없다 / 골목이 없는 나라도 없다 / 그런데 / 뜨거운 심장은 어디로 갔느냐.”

봉윤숙 시인이 읊은 이 시를 비롯해 한국작가회의와 젊은작가포럼 소속 시인 8명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지은 시 구절구절이 이태원 하늘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추모시 낭독회는 온전한 추모의 장이 되진 못했다. 분향소 바로 옆에 단상을 차리고 맞불집회를 연 극우단체 신자유연대 회원들의 훼방 탓이었다. 이들은 시 낭독 중간중간 ‘정치 발언 그만하라’고 외치는 등 방해를 일삼았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하모씨(34)는 “저쪽(신자유연대)보다 유가족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추모제에 참석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협의회는 시민분향소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신자유연대와 단체 대표의 접근을 막아달라고 전날 서울서부지법에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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