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도체법 안타깝다... 세제지원 추가 확대 적극 검토해 달라”

김동하 기자 2022. 12. 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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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반도체 지원 약해”
尹, 기재부에 검토 지시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기획재정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과 관련해 “반도체 같은 국가 전략 기술은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 기술”이라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반도체특위에서 제안한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애초 국민의힘 반도체특위는 대기업 반도체 설비투자의 세액 공제율을 20%로 높이는 개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획재정부와 ‘초부자 감세’라는 야당 반대에 부딪혀 현행 6%에서 8%로 올리는 데 그쳤다. 윤 대통령은 과표구간의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발목 잡기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투자 확대를 위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했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일주일 만에 윤 대통령이 추가 세제 지원을 지시한 것은 지원안이 반도체에서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공약에 못 미친다는 각계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전 세계가 반도체 패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 기재부가 세수(稅收) 감소만 우려해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전략 산업 육성보다 기재부의 조직 논리가 살아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야당이 반대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 등에 시간을 허비하면서 (반도체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초격차 확보를 국정 과제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6월 반도체특위를 만들고 위원장으로는 반도체 전문가로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영입했다. 특위는 8월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20%로 높이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등 30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고, 윤 대통령은 특위 위원들을 초청해 격려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9월 세액공제율을 8%로 하는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당안(20% 세액공제)대로면 2024년과 2025년 법인세 세수가 각각 2조7000억원 정도 감소하고, 2026년부터는 매년 5조원 정도 줄어든다는 점, 대만 등 경쟁국보다 세제 혜택을 많이 주고 있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23일 본회의 표결 때는 반도체특위 위원들을 제외한 여당 의원 대부분이 정부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대통령실과 당정이 따로 놀다 대통령 역점 과제가 용두사미가 된 꼴이다.

추경호(오른쪽) 경제부총리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윤 대통령이 추가 세제 지원을 강조한 후 양향자 의원은 “반도체 특위안 수준으로 세액공제율을 높여야 한다”며 “기재부에선 대만보다 한국의 공제율이 높다고 하지만 대만은 국가가 부지, 산업용수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양 의원은 최근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반도체 산업 발전에 대해 쓴 책 ‘히든 히어로스’를 윤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기재부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서둘러 검토하겠다”고 했다. 내년 임시국회 제출을 목표로 대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8%에서 10%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액공제도 중요하겠지만, 각종 규제를 풀어서 기업 활동을 돕는 방안 등도 필요하다고 보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여당 역시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야당의 반대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초부자 감세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아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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