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제' 펠레, 암투병 끝에 별세...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영원히"

박주희 2022. 12. 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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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82세... 마지막 메시지로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영원히"
1958·1962·1970년 월드컵 3회 우승
장례식은 친정팀 산투스 홈구장서 진행
향년 82세로 세상을 떠난 '축구 황제' 펠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가 남았다. 펠레 인스타그램 캡처

‘축구 황제’ 펠레(본명 에드송 아란치스 두 나시멘투)가 대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82세. 고인이 전 세계에 강조한 마지막 메시지는 '사랑'이었다.

펠레가 치료를 받고 있던 브라질 상파울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은 30일(한국시간) “펠레가 현지시간으로 29일 오후 3시 27분 사망했다”며 “사망원인은 그가 앓고 있던 질병들과 대장암의 진행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라고 밝혔다. 펠레의 딸 켈리 나시멘투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편히 잠드세요”라며 부고를 전했다.

펠레의 인스타그램에는 고인이 생전 환하게 웃는 사진과 함께 “오늘 평화롭게 세상을 떠난 ‘왕’ 펠레의 여정에는 영감과 사랑이 깃들었다. 그는 스포츠에 관한 천재성으로 세계를 매료했고, 전쟁을 멈추게 했고, 전 세계에서 사회적 사업을 수행했으며, 우리의 모든 문제에 대한 치료법이라고 믿었던 사랑을 퍼뜨렸다”며 “그의 메시지는 미래 세대들에게 유산이 된다"라고 적힌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어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영원히'라고 펠레가 인류에게 보내는 유언을 전했다.

펠레는 지난해 9월 결장에서 종양을 발견해 제거수술을 받았고, 이후 1년 넘게 병원과 집을 오가며 항암치료를 진행했다. 올해 11월부터는 심부전증과 전신 부종, 정신 착란 증상 등 합병증이 발생해 다시 병원에 입원했고,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기관지 감염으로 호흡기 치료도 병행했다.

황제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축구계 스타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펠레의 대표팀 후배인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는 인스타그램에 펠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펠레 이전에 ‘10번’은 하나의 번호에 불과했다. 어디선가 이 문구를 봤는데, 이 아름다운 문장은 미완성이다. 나는 ‘펠레 이전에 축구는 단순히 스포츠에 불과했다’고 말하고 싶다”며 “펠레는 축구를 예술로, 엔터테인먼트로 바꿨다”고 적었다. 이어 “펠레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 흑인들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축구와 브라질은 ‘왕’ 덕분에 지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며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마법은 남을 것이다. 펠레는 영원하다!”고 고인을 기렸다.

펠레(오른쪽)가 2012년 1월 9일 스위스 취리히 콩그레스하우스에서 열린 2011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수상자 리오넬 메시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취리히=로이터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끈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도 인스타그램에 펠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고 “편히 잠드소서”라고 애도했다. ‘신축구황제’라는 칭호를 듣고 있는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도 “축구의 왕은 우리를 떠났지만 그의 유산은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또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는 “영원한 왕 펠레에게 단순히 '안녕'이라고 하는 건 지금 축구계 전체를 감싼 고통을 표현하기엔 부족할 것이다. 그는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어제도, 오늘도, 언제나 기준이 되는 존재”라고 적었고, 현존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폴란드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는 “천국은 새로운 별을 얻었고, 축구계는 영웅을 잃었다”며 고인을 기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월드컵을 든 펠레의 흑백 사진으로 바꾸고, 그의 생전 업적 등을 기재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펠레의 삶은 축구 그 이상이었다. 그의 유산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며 “우리는 모두 펠레의 육체적 존재를 잃은 것을 애도하지만, 그는 오래전에 불멸의 존재가 됐고 우리와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1970년 6월 21일 멕시코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4-1로 꺾고 우승한 직후 동료선수를 껴안고 환호하는 펠레. 한국일보 자료사진

펠레는 ‘축구황제’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현대 축구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58년 만 17세의 나이로 스웨덴 월드컵에 혜성같이 등장한 그는 이후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월드컵을 3번(1958 스웨덴·1962 칠레·1970 멕시코)이나 들어올렸다. 월드컵 역사상 3회 우승자는 펠레가 유일하다.

펠레의 장례식은 고인이 1956~1974년 활약한 친정팀 산투스의 홈구장 스타디오 벨미로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그는 산투스의 일원으로 496경기에 출전해 643골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체 NBC는 ”펠레가 안치된 관은 내년 1월 2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을 떠나 산투스 홈구장인 스타디오 벨미로 그라운드 한가운데에 자리할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찾아올 팬들의 조문은 2~3일 24시간 동안만 허락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어 “경기장에서 하루 동안 머문 펠레의 관은 100세가 된 그의 어머니 셀레스테의 집 앞을 마지막으로 지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펠레는 3일 산투스 외곽에 위치한 메모리얼 네크로폴레 에쿠멘시아 공원에 묻힌다. 하관식은 펠레의 가족들만 참석해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브라질은 전 국민이 함께 황제의 마지막 길을 기린다. 브라질 정부는 사흘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고, 산투스가 속한 상파울루주는 자체적으로 7일간 애도 기간을 갖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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