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10년..여전히 두발·복장 규제

◀ 앵커 ▶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0년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두발이나 복장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다른 시도에 비해서도 학칙을 개정하지 않는 학교가 많은 것으로 조사돼 교육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3년 제정된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

체벌을 금지하고 복장이나 두발 등에 학생들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을 명시하는 등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제정한 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조례에 위배되는 학칙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북 지역에서 두발 길이 등을 제한하는 학교는 전체 343개 학교 중 84%인 288곳으로 집계됐는데, 광주 7곳, 서울 43곳에 비해 차이가 큽니다.

교복 위 겉옷을 제한하거나 치마 교복을 강제하는 학칙이 있는 학교도 100여 곳이 넘는데,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거나 등교 시 수거하는 학교는 82곳으로 인권 조례가 있는 다른 시도에 비해서도 많은 편입니다.

[중학생]

"휴대전화는 수업 시작하기 전에 아침 시간대에 다 걷고... 억울한 부분이 있긴 하죠. 폰을 왜 뺏겨야 되나. 안 뺏겨도 되는 건데...."

도 교육청은 개선이 더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민주적 절차로 개선될 수 있는 만큼 강제적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컨설팅 등을 통해 자체적인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

"수시로 계속해서 수정 요청을 하고 있고 그러는데요. 실제로 많이 이렇게 개선은 되고 있지 않고 있고요. 개별 학교 입장에서 보면 지나치게 교육청이 간섭한다고 볼 수 있고...."

하지만 학생들의 요구가 있더라도 반영은 쉽지 않습니다.

휴대 전화를 강제로 수거해 주말에만 나눠줬던 김제의 한 고등학교의 경우,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대로 인권위원회에 의견을 묻는 절차까지 밟아야 했습니다.

[김태현 / 지평선고 규정개정심의위 학생위원]

"학생인권조례에도 통신권이나 휴대 전화를 사용할 권리가 나와 있음에도 그게 실질적인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우려가 있었고...."

인권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교문 안까지 효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서정희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