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종료 D-1 밀레니엄 힐튼 서울 가보니...
장주영 매경닷컴 기자(semiangel@mk.co.kr) 2022. 12. 30. 20:18
매해 12월 31일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날로 의미가 있다. 이를 2022년으로 특정 짓는다면 아마도 이 호텔이 가장 뜻깊게 생각하지 않을까. ‘불혹’의 역사를 지닌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 건축의 교과서’라 불리는 김종성 건축가가 1978년 설계해 1983년 서울 남산 자락에 들어선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 오는 12월 31일 영업을 종료한다. 정확히는 31일 오후 3시까지 호텔을 운영한다.
문을 닫기 딱 하루 전인 30일 밀레니엄 힐튼 서울을 찾았다. 검은 외벽에 ‘Hilton’이란 흰 글씨가 선명히 눈에 들어온 것도 잠시. 여남은 명의 인부들이 외줄을 타고 간판 글자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i’를 먼저 떼어냈다. 글자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 ‘영업종료’라는 것이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호텔 입구에서는 여전히 도어맨이 인사를 건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로비 한 켠의 작은 전시회에 시선이 멈췄다. 호텔의 40년 역사를 담은 주제로 한 추억 전시회였다. 연회에서 쓰던 각종 집기류부터 호텔리어의 예전 의상까지 소소하게 꾸몄다.
40년 역사를 담아내기에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이 무겁던 순간,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으로 다가갔다. 매해 연말연시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시그니처 스폿으로 꼽히는 힐튼 열차가 있는 곳이다.
힐튼 열차는 1995년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첫 운행을 시작했다. 힐튼 상하이, 힐튼 나고야 등 세계 각지의 힐튼 소속 호텔에서 수십 여 년간 연말 기부행사로 매해 후원금을 모금해 주변 이웃들에게 전달해 왔다. 때문에 ‘자선열차’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마지막 운행을 기념하며 제작했다는 호텔 외관과 남산, 서울N타워를 아우르는 힐튼 빌리지 조형물이 어느 해보다 가치있게 보였다. 영업 종료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열심히 달리는 힐튼열차의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정성스레 인증샷을 찍고 있는 한 시민은 “매년 열차를 카메라에 담았는데 이제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며 “새로운 곳으로 재탄생할 때 이 열차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31일 영업을 종료하면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오피스와 호텔 등을 갖춘 복합단지로 새롭게 탈바꿈한다. 완공 목표는 2027년이다. 다만 건축계와 학계 등에서는 건축물의 가치가 큰 만큼 보존해 재평가하자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과연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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