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징병 질서 어지럽힌 ‘뇌전증 병역 비리’ 발본색원해야
고위공직자 및 법조인 자녀, 프로스포츠 선수, 연예인 등이 연루된 대규모 병역 비리 사건이 발생했다. ‘뇌전증 병역 비리’로 불리는 이번 사건의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은 병역 면제·감면자와 이들을 도운 병역 브로커, 의료계 인사 등 1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도 군에 가는 시대에 병역 비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니 어이가 없다.
이번 비리는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이 뇌전증(간질) 진단서 허위 발급 등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례를 포착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허위 진단서로 병역을 면제 또는 감면시켜 주고 그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병역 브로커 구모씨를 지난 21일 구속하고 김모씨를 불구속했다. 군 수사관 출신인 구씨는 서울 강남구에 병역 문제 관련 사무소를 차려놓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을 ‘병역의 신’이라고 홍보하는 수법으로 의뢰자를 모았다. 그 대가로 1인당 수천만원씩 챙겼다고 한다. 뇌전증 허위 진단서 발급 수법은 과거 신체 부위를 의도적으로 손상하는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유 없이 발작을 일으키는 뇌전증은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해서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 중에는 프로배구의 유명 선수 조재성이 포함됐다. 조씨뿐 아니라 23세 이하 국가대표팀 출신의 프로축구 선수를 비롯해 프로스포츠계 연루자도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프로스포츠계 전체로 비리가 번질 가능성이 있다. 프로스포츠계는 2004년 프로야구 선수 수십명이 소변에 혈액과 약물을 섞어 사구체신염 판정을 받아 병역을 면탈하고, 2008년엔 프로축구 선수 100여명이 어깨 탈구 수술로 병역을 회피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 11월에는 일부 고위공직자의 아들들이 현역 복무나 군 보직에서 특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병역 비리는 병역의 의무를 처음부터 회피하는 중범죄다. 돈으로 병역을 면탈하는 것은 신성한 병역 의무를 짓밟을뿐더러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9일 “병역기피자와 검은돈으로 신성한 병역 의무를 오염시킨 브로커,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엄정히 수사하고 법을 집행하라”고 당부했다. 모처럼 바로 세워진 것으로 알고 있던 징병 질서를 흐트리는 병역 비리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병역 비리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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