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펀드 사태' 장하원 1심 무죄... 법원 "사기 고의성 증명 안 됐다"
檢 "의도적 사기" 장하원 "나도 피해자"
법원 "공소사실 증명 안 돼... 전원 무죄"
피해자들 "검찰 항소 기대, 민사도 제기"
경찰, '쪼개기 운용' IBK 전 행장 등 송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2,500억 원대 투자 피해를 야기한 혐의를 받는 장하원(63)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장 대표 측이 고의로 투자자들을 속여 펀드를 판매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집단 민사소송을 예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장 대표 등 관계자 3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장 대표에게 징역 12년, 투자본부장 김모(42)씨와 운용팀장 김모(36)씨에게는 각각 징역 5년, 3년을 구형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미국 자산운용사 다이렉트랜딩인베스트먼트(DLI)의 사모사채를 사들여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사모펀드로, 2017~2019년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해 판매됐다. 그러나 2019년 4월 DLI가 자산 동결 제재를 받아 환매가 중단됐고,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투자자 피해만 2,562억 원에 이른다.
핵심 재판 쟁점은 ‘사기의 고의성’이었다. 검찰은 장 대표가 DLI의 브랜든 로스 대표와 공모해 모(母)펀드의 부실 위험을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봤다. 장 대표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맞섰다.
1심 법원은 장 대표 측 주장을 전부 받아들였다. 문제의 펀드를 팔면서 고의로 투자자들을 기망하거나 중요사실을 허위기재한 혐의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기 고의성을 판가름하는 세부 쟁점은 다섯 가지였다. 먼저 펀드의 부실성 인지 여부. ①장 대표 측이 디스커버리 펀드의 기초자산 일부(QSㆍ쿼터스팟)가 부실자산이라는 것을 알고도 매입했는지 ②미국 현지 실사 당시 QS자산 부실에 의한 디스커버리 펀드의 환매 중단 가능성을 인식했는지다. 재판부는 “브랜든 로스가 부실한 QS 실적을 과대 계상해 모펀드의 수익상황을 속인 사실은 있다”면서도 “다만 장 대표 등이 로스와 공모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③펀드 환매가 불가능한 데도 기존 투자 상환을 위해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했는지다. 재판부는 이 역시 무죄로 봤다. “기초자산인 대출채권의 만기와 해당 펀드 만기가 불일치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④원리금이 보장되는 안전 투자상품처럼 속였는지에 대해선 “장 대표 측이 일정 수익률 보장 등을 강조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100% 보장’을 의미하진 않아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마지막으로 ⑤브랜든 로스의 기소로 환매가 불가능하게 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펀드 판매를 지속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브랜든 로스 고발 사실을 알고 하나은행을 방문해 펀드 판매 취소를 요청한 장 대표의 행위를 두고, “투자자를 속이려 했다면 펀드 취소를 제안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최창석 디스커버리 사기피해 대책위원장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면서 “집단 민사소송을 제기해 진실을 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도 구형량과 간극이 큰 만큼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항소하면 2심 쟁점 역시 검찰이 장 대표 측의 사기 의도를 증명할 수 있느냐에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디스커버리 펀드 ‘쪼개기 운용’ 의혹 수사는 선고와 별개로 계속된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이날 펀드판매사인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과 기업은행ㆍ하나은행 관계자, 장 대표 등 총 16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전날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기 전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에 투자해 특혜 의혹이 불거진 장하성 전 주중대사,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불입건 처리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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