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로·소화기도 없었다…10년 전 ‘불연성 시공지침’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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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방음 터널은 불에 약한 플라스틱 재질로 시공됐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확인해본 결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방음 터널을 만들 때 불이 쉽게 붙는 소재를 써야한다는 지침이 있었는데요.
어느새 슬며시 사라졌습니다.
김단비 기자입니다.
[기자]
지붕과 벽은 완전히 녹아 내려 앙상한 철재 뼈대만 남았습니다.
845미터 길이의 터널이지만 비상대피로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여운철 /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
[터널 안에 비상구가 하나도 없었나.] "예. 비상대피로는 없었습니다."
소화기 등 화재 방재나 감지 시설도 없어 초기 집게 트럭 화재 대응에 무방비였던 셈입니다.
다른 방음 터널들은 어떤지 점검해 봤습니다.
부산 동서고가도로 방음 터널, 한 참을 달렸지만 비상대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소화기 등 불을 끌수 있는 장비나 시설도 없습니다.
서울 동부간선도로 방음 터널에는 중간 중간 소화기가 보이고 대피로 표시도 있습니다.
소방법상 방음터널은 일반 터널로 분류하지 않아 소화기 등 방재시설을 반드시 설치할 필요가 없다보니 들쭉날쭉한 겁니다.
특히 이번에 화재가 난 방음 터널 지붕과 벽 소재는 폴리메타크릴산메틸, PMMA로 아크릴 플라스틱.
전국 55개 방음 터널 중 6곳이 이 소재로 시공돼 있는데 그 중 가장 길이가 긴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한 겁니다.
PMMA는 대부분의 방음 터널에 쓰인 폴리카보네이트, PC 소재보다 발화점이 낮은데다 값도 쌌습니다.
불에 취약한 소재 사용을 경고하고 지침도 있었지만 슬며시 삭제되기도 했습니다.
국토부 도로설계편람에 방음벽 재료는 불연성 또는 준분열성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는데 2012년 편람을 개정하면서 이 지침은 10년 전 사라졌습니다.
[이영주 /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높은 열에 노출됐을 때 이런 프레임이 제대로 버틸 수 있는지 이런 부분들도 구조적인 측면의 안전성도 같이 좀 더 보강을 해야"
국토부는 뒤늦게 PMMA 소재로 된 방음 터널을 전면 교체하거나 부분적으로 보강하기로 했습니다.
채널A 김단비입니다.
영상취재: 이승훈, 김덕룡(부산)
영상편집: 이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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