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 4년 전 이미 경고…1,953개 시설 긴급 점검
【 앵커멘트 】 사실 이번 화재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몇 차례나 있었습니다. 2015년과 2018년 도로공사는 화재현장에 쓰인 방음재가 위험하니 바꿔야한다고 건의했으나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뒤늦게서야 방음터널을 비롯한 위험시설 1천9백 개소를 긴급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인명사고가 발생해야 정부가 일을 한다'는 국민의 푸념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걸까요? 보도에 장명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이번 화재 터널에 쓰인 방음재는 '폴리메타크릴산메틸', 소위 아크릴로 불리는 물질입니다.
가격이 싸고, 방음성까지 뛰어나지만, 불에 몹시 취약하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2018년 도로교통연구원이 방음재로 쓰이는 세가지 물질을 놓고 화재실험을 해봤습니다.
점화 2분까지는 대체로 괜찮아 보이지만, 10분 뒤부터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바뀝니다.
강화유리와 방염 소재 폴리카보네이트는 비교적 확산 속도가 느리지만, 아크릴은 점화 13분 만에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습니다.
특히, 불이 붙는 온도가 300℃로 낮고, 녹은 뒤에도 지속적으로 불에 타 '불똥비'처럼 2차 피해가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4년 전 아크릴소재 사용에 대한 분명한 경고가 있었지만 정책에는 반영되지 않은 겁니다.
2015년에도 국토부에서 실시한 개선 연구에서 도로공사가 방음터널에 해당 재료를 사용하지 말자고 건의했으나 바뀌지 않았습니다.
도로설계편람에도 방음벽 재료가 '불연성'이어야 한다는 지침이 10년 전 삭제된 후로 관련 조항은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 스탠딩 : 장명훈 / 기자 - "정부는 사고현장과 비슷한 방음터널 55곳을 포함해 화재에 취약한 시설물 1천9백여 곳을 긴급점검할 계획입니다."
점검을 통해 건설 중인 터널은 물론 이미 건축돼 사용되고 있는 방음터널의 안전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 인터뷰 : 원희룡 / 국토교통부 장관 - "기존에 이미 만들어져 있는 방음터널들에 대해서는 전면 교체하거나 아니면 기술적으로 이게 불가능한 경우에는 부분적으로 내화성 도료 또는 보드…."
전문가들은 방염재 사용과 함께 상부를 구멍을 뚫어 놓거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구간을 만드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MBN뉴스 장명훈입니다. [ jmh07@mbn.co.kr ]
영상취재 : 이우진·김원·이동학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 그래픽 :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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