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배만 불리려다 '폭망'...눈폭풍이 일깨운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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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규모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초유의 결항 대란으로 연방정부의 조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낡은 항공 스케줄 조정 시스템이 최근 들어 빈번하게 문제를 일으켰지만, 회사가 시스템·서비스 개선과 투자 대신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린 결과다.
"1990년대 이후 스케줄 조정 시스템이 거의 개선되지 않아 최근 시스템 오류가 점점 더 자주 발생했다"고 케이시 머레이 사우스웨스트 항공 조종사 협회 대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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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식 시스템" 지적에도 '자사주 매입' 먼저
배상 약속에도…"신뢰 회복 오래 걸릴 것"
미국 최대 규모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초유의 결항 대란으로 연방정부의 조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낡은 항공 스케줄 조정 시스템이 최근 들어 빈번하게 문제를 일으켰지만, 회사가 시스템·서비스 개선과 투자 대신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린 결과다.
비행편 줄취소에 크리스마스를 공항에서…"악몽 같아"
29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지난주 1만6,000편의 항공편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이어 이날도 2,350편 넘게 취소했다고 밝혔다. 최초 원인은 이달 22일부터 북미 전역에 몰아친 눈폭풍이었다. 이례적인 폭설과 강추위로 미국 11개 주에서 70여 명이 숨지고 170만 가구가 정전됐으며, 비행기 결항이 잇따랐다. 다른 항공사들이 곧 운영을 정상화한 것과 달리 사우스웨스트의 결항 대란은 지속됐다.
사우스웨스트 항공편 예약자들은 공항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야 했다. 부동산 중개인인 엘시 베니테즈 부부는 24일 워싱턴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도착해 사우스웨스트의 올랜도행 비행기를 기다리다 취소 통보를 받았다. 차로 한 시간 거리인 볼티모어 공항으로 이동해 새 비행편을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이마저도 8시간 연착 끝에 취소됐다. 베니테즈는 "악몽 같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에 하소연했다.
이번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 "1990년대 이후 스케줄 조정 시스템이 거의 개선되지 않아 최근 시스템 오류가 점점 더 자주 발생했다"고 케이시 머레이 사우스웨스트 항공 조종사 협회 대표는 전했다. 눈폭풍으로 항공편 취소·변경 요청이 쇄도하면서 취약한 시스템이 아예 마비된 것이다. 회사 노조는 4년 전부터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서비스 투자' 대신 '주주 배 불리기'
회사의 우선순위는 주주 배 불리기였다. 미 시민단체 '어카운터블 유에스'에 따르면, 사우스웨스트는 2017~2019년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56억 달러(약 7조448억 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였다. 자금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팬데믹 시기 70억 달러(약 8조8,000억 원)가 넘는 정부 지원금을 받았고, 올해엔 미 항공사 중 최대 규모인 7억5,900만 달러(약 9,536억 원·9월 기준)의 순이익을 남겼다.
사우스웨스트는 30일부터 운항을 정상화하겠다고 뒤늦게 발표했다. 비행 취소로 이용하지 못한 숙소와 식사 예약, 대체 교통편에 대한 배상도 약속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배상 약속을 이행하는지 주시하겠다"며 "그렇지 않으면 모든 권한을 동원해 조사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전 명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데이비드 볼 볼컨설팅 대표는 "사우스웨스트가 다시 신뢰를 쌓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기업 운영과 브랜드와 관련한 모든 측면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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