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K칩스법' 질책에 기재부 머쓱…조특법 논의, 법인·종부세에 묻혔다

김보선 2022. 12. 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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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세제지원 확대될 듯…대통령실, 정책 '엇박자' 지적에 "국회 논의 충분치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다누리호 달 궤도 진입 성공 발언에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으로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재검토에 들어가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더구나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로 2%p 인상한 최종 의결안은 당초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을 여야가 그대로 수용한 것이어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기재부를 질타한 것은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간의 엇박자가 또 한번 노출된 것이란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의 임시 국무회의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이를 포함해 국회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들이 함께 의결됐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해서도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발목잡기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투자 확대를 위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불만족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8% 정부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면도 있다고 봤다. 법인세, 종부세, 금투세 등 관심이 높았던 쟁점들에 가려 조특법 개정안이 제시한 세제지원이 과연 합당한 수준이었는가에 대한 국회의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날 윤 대통령도 "반도체 특위에서 제안한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이뉴스24 통화에서 "지난 8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국민의힘) 반도체특위의 본격적 활동이 있었고 여야의 다양한 법안도 나왔는데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가 됐고, 그 이후 여러가지 비판이 불거진 것 아닌가. 반도체 경기나 반도체 특위 위원들의 지적 등의 여론을 감안해 전향적으로 검토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특법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통해 논의해 온 것으로, 2023년 예산안의 부수법안 중 하나로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됐다.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대기업의 반도체·배터리·바이오(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6%에서 8%로 2%p 확대한 것이 골자다. 중견기업(8%)과 중소기업(16%)은 변동없이 그대로다.

이는 여당에서 발의한 20%나, 야당안인 10%에 모두 못미치는 수준이다. 본회의에 상정된 개정안은 기재부 제출안이었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8월 초 발의된 특별법(일명 'K칩스법')을 넉 달째 뭉개던 국회가 통과시킨 안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야당도 필요성을 인정한 초당적 법안이었다. 하지만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여당안(대기업 20%·중견기업 25%)이 통과될 경우 2024년 법인세 세수가 2조6천970억원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반도체특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재부는 그 동안 세액공제율 8% 이상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추경호 부총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8%가 결코 낫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라며 "기재부와 대통령실 간 사전에 조율된 정부 공식 입장이 나왔어야 맞지 않나. 뒤늦게 메시지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지난 2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기재부는 머쓱해졌다. 기재부는 불과 나흘 전인 26일 미국,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이 초라한 수준이라는 언론의 잇따른 보도에 '반도체 투자에 매우 높은 수준으로 세제지원 중'이라는 제목으로 정면 반박하는 해명 자료를 내기도 했다.

기재부는 "대기업에 대한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의 경우 지난해 7월 3%에서 6%로 2배 인상했고, 내년부터는 8%로 상향된 공제율이 적용된다"며 "우리나라는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내년에는 투자증가분(직전 3년 평균 대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4%에서 10%로 상향할 예정으로, 이 경우 대기업은 최대 18%, 중소기업은 최대 26%의 높은 공제율을 적용받을 수있다"고 했다. 대만의 세액공제율 25% 주장에 대해서는 설비투자가 아닌 R&D에 대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이미 R&D에 대해 30~50%의 세액공제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향자 의원은 윤 대통령 지시가 전해지자 입장문을 내고 "저는 8%는 '대한민국 반도체 사망선고'라며 동료 의원들께 부결을 호소드렸다"며 "정말 다행이다, 폐기해야 마땅하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25%"라고 했다.

이어 "세액공제율 25%를 적용한 미국으로 전세계 반도체 기업이 몰려들고 있다"며 "뒤처지면 뺏긴다. 25% 반도체 특위안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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