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웠던 '그곳' 이야기…신간 '애널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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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고종 8년인 1871년 11월 4일 고대하던 원자(元子·왕세자에 책봉되지 않은 임금의 맏아들)가 태어났다.
탄생의 기쁨도 잠시, 원자는 나흘 뒤인 8일 숨을 거뒀다.
실록은 '원자가 대변이 통하지 않는 증상으로 불행을 당하고 말았다'고 전한다.
항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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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 고종 8년인 1871년 11월 4일 고대하던 원자(元子·왕세자에 책봉되지 않은 임금의 맏아들)가 태어났다.
탄생의 기쁨도 잠시, 원자는 나흘 뒤인 8일 숨을 거뒀다. 실록은 '원자가 대변이 통하지 않는 증상으로 불행을 당하고 말았다'고 전한다. 항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정확한 명칭 대신 '그곳', '뒷구멍'으로 부르지만 항문은 무엇보다 중요한 부위다.
인간의 신체 기관 중에서 가장 먼저 생기고, 생명 유지에도 필수적인 기관이 바로 항문이다.
프랑스에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사진작가, 작가로 활동하는 이자벨 시몽의 책 '애널로그'는 생존과 쾌락을 관장하는 놀라운 '구멍'을 탐사한 이야기다.
저자는 생물학에서 문화인류학까지 다양한 학문 영역을 넘나들며 항문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친다.
저자는 항문이 '입 밖으로 꺼내기 껄끄러운 주제'로 여겨지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애초에 인간은 항문이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항문은 판의 중심부다. 항문은 세상의 중심이며, 세상은 항문을 축으로 균형을 잡는다. "(9쪽)
저자는 인간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면서 항문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한다.
배아가 세포분열 하는 초기 단계에서 수정란 바깥쪽에는 '원구'라는 하나의 구멍이 생긴다. 이를 중심으로 훗날 태어날 인간 존재가 발달하는데 바로 태아의 항문이다.
뇌와 심장이 만들어지기 전에 항문이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셈이다.
신체뿐 아니라 정신 측면에서도 항문은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신분석학 창시자 프로이트는 항문기를 리비도(본능적 성 충동) 발달의 2단계로 봤다. 그는 항문기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정신적 장애가 생겨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책은 인류사에서 항문을 어떻게 다뤘는지 찬찬히 짚어가며 이를 소재로 한 문화 작품도 조명한다.
일례로 미국의 시인 앨런 긴즈버그는 1956년 발표한 글에 '혀와 성기와 손과 항문도 거룩하다!'고 했고, 이후 '괄약근'이라는 제목의 시를 쓰기도 했다.
쉽지 않은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은 점이 눈에 띈다.
문학동네. 윤미연 옮김. 320쪽.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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