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신년특사 법무부 브리핑 발표두고'예정'이라 못 쓴 이유

김예리 기자 2022. 12. 30. 18: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면 브리핑 예고하며 "'예정'은 안 돼, '가닥' '전망'은 돼…기자단-법무부 논의 결과"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네이버 포털 뉴스페이지 '특별사면 가닥' 검색 결과.

법무부가 신년 특별사면 브리핑을 예고하면서 기자들이 보도에 쓸 표현을 문구 단위로 제한해 논란이다. 법조기자단 간사는 법무부와 조율 결과라며 특사 브리핑이 예정된 사실을 “예정”이라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고 특정 표현을 쓰도록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금지)를 걸었다.

법무부는 26일 오후 법조기자단 공보용 카카오톡 단체방에 '법무부장관, 신년 특별사면 브리핑 및 엠바고 알림'이라고 공지했다. 법무부는 신년 특별사면 발표 브리핑을 다음날인 27일 낮 국무회의 종료 직후 열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해당 사실을 발표 시점까지 보도하지 말라는 '엠바고'를 걸었다. 엠바고란 기관이 보도자료나 정보를 미리 기자단에 배포하면서 정하는 보도 시점을 일컫는다. 법무부는 “통상적인 사면 전망 기사는 가능. 단, '브리핑 사실 및 시점 예고 기사'는 불가”라고 했다.

법무부는 그러면서 기자단에 요구해 보도에 쓸 용어를 아래와 같이 제한했다. 법조기자단 대표격인 간사 기자는 이어진 공지에서 법무부와 논의 결과 '법무부가 27일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라 쓰면 엠바고 파기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정' 대신 '전망'이라 표현하는 것은 가능하며, 제목엔 “'오늘신년 특사 발표…▲▲ 가닥' 정도로 표현은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해당 간사는 “예고 기사 작성시 엠바고 파기 여부에 대해 혼선이 있을 수 있어 법무부와 논의한 사항”이라고 했다.

▲법무부 신년 사면 대상자 발표 관련해 기자단 간사가 법무부와 논의 결과라며 밝힌 엠바고 관련 공지. SNS 그래픽=미디어오늘

기자단 소속 기자가 엠바고를 어길 시 기자단은 해당 매체에 법무부 공보 제한 징계를 내린다. 기자단은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징계 수위를 '경고', '벌금(출입기자실 간식 구매)', '징역(출입정지)' 등으로 나눈다. 법무부와 법무부로부터 배타적으로 공보 받는 기자단이 소속 언론사가 보도에 쓸 표현을 일괄로 금지하거나 허용한 셈이다.

이 같은 요구는 법무부가 특정 매체에만 취재 권한과 편의를 허용하는 폐쇄적인 공보 체제 탓에 가능하다. 법무부와 법원, 검찰은 법조기자단에 속한 44개 매체에 브리핑과 기자회견 참석, 메일과 문자 공지 등 취재 권한과 편의 전반을 배타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단 안에서도 보도할 내용을 문구 단위로 제한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A 법조기자는 법무부와 간사단 논의 내용을 전해 들은 뒤 “마치 출입처인 정부가 마이크로데스킹을 보는 거 같다”며 “저렇게 세부적인 표현까지 정하고, 사용하면 안 되는 표현과 그에 대한 대안까지 알려주는 것이 맞나”라고 되물었다.

3년 이상 기자단 소속으로 법조를 취재했던 일간지 B 기자도 “개별로 (기자) 본인이 급한 마음에 '전망 정도로 표현하겠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다.

▲28일 법무부 신년 특별사면 발표 브리핑. 법무부 유튜브 갈무리

법무부는 이번 공지가 통상적인 “엠바고 협조 요청”이라고 밝혔다. 한정진 법무부 홍보담당관은 통화에서 특정 문구 사용 표현까지 제한하는 것의 적절성을 묻자 “엠바고 협조 요청은 10년 전부터, 그전부터 관행적으로 해오던 것”이라며 “문구는 약간 다를 수 있지만 브리핑 자체에 대한 보도는 브리핑 시작하면서 기사화하는 것으로 협조를 요청해왔다”고 했다.

한 담당관은 “사면 브리핑에 대한 엠바고를 걸면 누가 (사면돼) 나올 것 같은지 전반적인 예측 기사를 우리가 막을 수 없다. 다만 브리핑에 대한 부분은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안내해드렸다”며 “이를 언론에 대한 제한이라 보는 건 의도를 거꾸로 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엠바고를 요구한 이유엔 “법무부가 실무를 하지만 대통령실 권한이라 조심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단어 엠바고'는 법무부의 무리한 엠바고 요구를 기자단이 향후 취재 편의를 위해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B 기자는 “(법무부가 요구한 엠바고는) 사면을 결정하는 건 청와대인데 법무부 발로 '예정'이라고 나가면 청와대가 기분 나빠한다는 게 명분으로 보인다. 그런데 당초 협의 단계부터 청와대가 다 협의해 결정한 것이니 의미 없는 얘기”라며 “기자단이 사실 그냥 써도 된다. 그런데 앞으로 (법무부 측이) 기분 나쁘면 기본적인 것도 확인 안 해줄 수 있으니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