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밭·바다에 빠져 찐힐링...연말연시엔 '보성'
숨 가쁘게 달려온 한해. 새해가 밝았다고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한해의 끝자락이다.
하루하루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까마득하기만 하지만 마냥 시간은 흘렀고, 좀 지친 듯도 하다. '쉼'이, '재충전'이 필요한 순간이다.
지친 심신 달래며 재충전하기 좋은 여행지로 '보성'만한 곳이 있을까. 겨울에도 여전히 푸릇한 차밭에 서서 깊게 숨을 들이켜고 내뱉는다. 가슴속까지 푸르게 물들 듯 하다. 차분한 고요도 마음에 든다.
이리도 가슴을 울리는 풍경이 어디 녹차밭뿐일까. 율포해변, 주암호, 제암산, 벌교갯벌, 용추계곡, 대원사 등 보성의 산과 강, 바다 곳곳에는 보석같은 숨은 풍경들과 이채로운 즐길거리 가득하다. 그 속살을 맛보러 연말연시 보성행에 나섰다.
#수채화 같은 풍경, 계단식 녹차밭이 전하는 푸른 '쉼'
보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역시 '차밭'이다. 산자락에 끝없이 펼쳐지는 계단식 초록 융단. 수채와 같은 그 예쁜 풍경은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으며, 보성하면 떠오르는 첫 이미지가 됐고 '보성 1경'이 됐다.
국내 최대 차 주산지 보성이 '다향(茶鄕)의 고장', '녹차수도'가 된 역사도 1600여 년에 달한다. 삼국시대부터 차 문화가 발전하기 시작했고, 고려시대에는 차를 만들어 국가에 공납하던 다소(포곡, 가을평)가 자리했다. 1960년대 이후에는 계곡과 산비탈 곳곳에 대규모 계단식 차밭이 생겨나며 대한민국 차 산업 1번지가 됐다.
이렇듯 오랜 시간 이어온 차 문화와 전통, 차밭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농업기술 등을 인정받아 2018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보성에는 많은 녹차밭이 있지만 그중 '대한다원'이 가장 유명하다. 대한다원은 1939년 개원한 국내 최대 다원으로, 활성산 자락 해발 350m 오선봉 주변에 5.6㎢(170만평) 규모의 계단식 차밭이 초겨울에도 초록물결을 이뤄 멋스럽다.
뿐만 아니라 삼나무, 편백나무, 주목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 등 580만 그루가 자아내는 풍치가 수려하다. 이런 매력에 대한다원은 숱한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장소가 됐다.
차밭을 만나려면 우선 삼나무 숲을 지나야 한다. 차밭을 행해 자박자박 내딛는 걸음이 가볍다. 이내 드러나는 광활한 초록 차밭이 싱그럽게 펼쳐져 두 눈을, 가슴을 초록으로 물들인다.
가을과 겨울 사이, 찻잎 따기 체험에 싱그러운 웃음이 묻어났을 봄보다는 좀 옅어진 초록, 좀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맴돈다. 오롯한 나만의 공간인 양 초록길을 누비며 '초록멍'에 빠져본다. 잔잔한 바람마저 기껍다.
초록 위에 하얀 눈이 내려앉은 풍경은 또 얼마나 황홀할까. 만나지 못해 아쉬운 '녹차밭의 설경'을 상상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 초록 숲이 좋다! '제암산자연휴양림'에서 치유·힐링 여행
숲속에서 쉼과 모험 즐기며 치유·힐링여행을 하고 싶다면 '제암산자연휴양림'이 제격이다. 임금 제(帝)자 모양의 기암괴석이 우뚝 솟아 있는 제암산(해발 807m)의 정기 서린 휴양림에선 드넓은 편백숲이 내뿜는 피톤치드에 절로 건강해질 듯하다.
제암산자연휴양림은 160ha 규모의 울창한 숲을 끼고 48개의 숙박시설과 야영장, 물놀이장이 있으며 숲 체험 프로그램, 다양한 액티비티 등을 즐길 수 있어 가족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웰니스 여행지다. 특히 인기 만점 액티비티는 곰썰매, 전동휠, 어드벤처, 짚라인, 전동휠이다. 숲속에서 즐기는 신나는 모험에 '놀이숲'이란 별칭이 생겼다.
우선 시선을 잡아끄는 곳은 커다란 곰이 우뚝 서 있는 '곰썰매'다. 곰썰매는 출발지 높이 15m, 총 길이 238m 규모로, 썰매를 타고 내려가며 제암산 푸른 숲과 호수를 두 눈에 담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또 637m 길이의 짚라인은 저수지를 왕복으로 오가며 구름 위를 나는 듯한 색다른 짜릿함을 즐길 수 있어 인기다.
로프와 와이어 등으로 이어진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는 '에코 어드벤처'는 ▲성인을 위한 버팔로, ▲청소년을 위한 팬더, ▲아이를 위한 펭귄 등 3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4~6m 높이 공중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는 재미가 색다르다. 다만, 짚라인, 곰썰매, 에코어드벤처, 전동휠 등은 안전을 위해 동절기인 내년 2월 말까지 운영이 중단돼 내년 봄에야 다시 만날 수 있다.
모험이 아니어도 제암산을 즐기는 방법은 다채롭다. 우선 숲속 5.8km의 더늠길(무장애 데크길)을 누비는 것이다. 계단이 없고 경사가 급하지 않아 남녀노소 이동 약자도 울창한 숲 속을 걸으며 초록숲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또 유아숲, 숲해설, 목재놀이 둥 숲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제암산의 매력을 온 몸으로 느끼는 방법이다. 전남권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에선 녹차족욕, 천연염색 등 웰니스 에코힐링체험을 할 수 있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제암산 산행에 나서도 좋다. 황제의 산 '제암산'은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억새와 단풍, 겨울에는 눈꽃이 장관을 이뤄 등산객들이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멀리 무등산과 등량만이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담을 수 있다.
#향긋한 차 체험 1번지 '한국차박물관'
다양한 차 체험 즐거움에 빠지고 싶다면 '한국차물관'에 들려보자. 차박물관은 1~3층 전시실과 5층 전망대로 이루어져 있다. 1층 차 문화실에선 차 재배에서 수확까지 생산과정을 담은 디오라마가 있어 차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2층 차 역사실에서는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차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본격적인 차 체험은 3층 차 생활관에서 할 수 있다. 차를 우리고 차 예절을 배우는 다례체험을 비롯해 녹차·홍차 베이스에 허브, 꽃, 한방재료 등 다양한 부재료를 넣고 '나만의 블렌딩 티'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또 삼총사 캐릭터 쿠키, 녹차초콜릿, 녹차 떡케익 등 차 음식을 만들고 맛볼 수 있어 즐겁다.
차박물관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차문화를 탐방하고 나만의 차를 만들어본 뒤 전망대에서 차문화공원을 한눈에 담으며 인생샷을 찍는 것이다. 포토존에서 추억 사진 남기고 차문화공원에서 가볍게 소풍을 즐겨도 좋다.
# 호쾌한 호반 풍경 '주암호생태습지'에서 심신 정화
최근 환경·기후,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보성에서도 지속가능생태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주암호생태습지'다.
주암호생태습지는 광주·전남의 식수원인 주암호의 수질 보호를 위해 조성한 21만㎡ 규모의 인공습지로, 습지의 정화기능을 잘 활용하고 있어 눈길이 간다.
습지를 따라 흐르는 유정천에서 하루 1만5천톤의 하천수를 유입시켜 이틀에 걸쳐 총 22개의 습지를 통과하며 각종 오염을 걸러낸다. 이 물이 주암호로 흘러들어 광주·전남 지역민의 생명수가 된다.
습지 주변에는 총 8만여 그루의 나무와 8만5천여 종의 초화류, 야생화가 있어 초록빛 에너지가 빛을 발한다.
주암호생태관, 생태관연결통로, 수생식물재배단지, 생태놀이터, 지하흐름형습지, 지표흐름형습지 등이 잘 조성돼 있어 아이와 함께 생태교육 여행을 즐기기에도 딱이다. 습지조망데크따라 가볍게 산책을 즐겨도 좋다. 습지관찰대에 오르면 습지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주암호의 호젓한 호수풍경도 매력적이다. 유역면적 1,010㎢의 주암호는 주암 다목적 댐으로 생긴 보성, 순천, 화순 등 3개 시군에 걸쳐 이어진 장대한 인공호수로, 긴 길이만큼이나 다채로운 풍광을 품고 있다. 호수 풍경을 즐기며 자전거 라이딩을 즐겨도 좋다.
주암호 인근에 있는 '서재필기념공원'도 함께 들러보자. 주암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들어선 공원에는 서재필 선생의 생가를 비롯해 생전 유품 8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오롯이 나를 돌아보며 심신을 달래고 싶다면 천봉산(天鳳山) 자락에 있는 대원사에서 템플스테이 체험을 해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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