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기단에 속은 동남아 젊은이들... “올해 인신매매 2700여명 피해”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2. 12. 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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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뉴저지주 한 카지노에서 카드 게임을 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AP 연합뉴스

동남아시아에서 인신매매가 횡행해 올해 확인된 피해자 수만 2700여 명에 달한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코로나 탓에 일자리를 잃은 동남아 젊은이들이 중국인 사기 조직에 속아 인신매매를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요미우리신문은 “아시아 각국에서 확인 가능한 피해자 사례를 취합한 결과 인신매매 피해자가 2700여 명에 달했다”며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배후에 있는 중국인 사기 조직은 페이스북 등 온라인으로 고임금을 제시한 뒤, 이를 보고 찾아온 동남아 젊은이들을 감금하는 방식을 썼다”고 전했다.

태국의 한 40대 남성은 작년 말 페이스북에서 ‘캄보디아 카지노 운영, 합법, 월급 1000달러, 주거와 식사 무료’라는 광고를 보고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지역의 한 집을 찾아갔다가 중국인 책임자에게 여권을 뺏겼다. 올 6월에 구출될 때까지 이 남성은 매일 15~18시간씩 남녀 간 만남을 주선하는 매칭앱에서 여성으로 위장 등록해 태국인 남성을 유혹해 가상의 온라인 주식 거래를 유도하는 사기에 투입됐다. 탈출하려고 대사관에 휴대폰 문자를 보냈다가 발각돼 3일간 감금돼 음식을 못 먹기도 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납치돼 캄보디아 내 중국 조직으로 팔렸다가 한 달 뒤 다시 다른 조직으로 팔린 베트남인도 있었다. 캄보디아가 인신매매의 거점이 된 것은 중국 자본이 진출해 카지노나 호텔을 다수 건설한 데다, 현지 지역 경찰과 중국 조직 간 유착 관계 탓에 범죄를 근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내에선 비자 취득이 간단해 캄보디아 입국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도 인신매매 피해를 키운 원인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캄보디아 경찰은 지난 8월에 베트남과 국경 근처의 카지노에서 인신매매한 베트남인을 강제 노역시킨 중국인을 체포했다. 태국 당국도 8월에 미얀마에서 카지노를 경영하는 중국인 기업가를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10월까지 캄보디아에서 514명의 인신매매 피해자를 구출했다. 8월에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국경 지역에서 베트남인 42명이 한꺼번에 중국인의 사기 조직에서 탈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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