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축제 '강감찬 장군 설화' 영상 논란, 무슨일?

유예림 기자, 정세진 기자 2022. 12. 3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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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와 여인은 세상과 격리된 공간 속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눴다. 품속에 감겨드는 농염한 여인의 애무에 사나이는 난생 처음 겪는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2022 서울 빛초롱 축제'(빛초롱 축제)에서 불교계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성관계를 묘사한 선정적인 장면을 담은 영상이 전시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영상은 빛초롱 축제에서 원본 그대로 상영됐고 광화문 광장을 방문하는 어린이 등 관람객이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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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의 ‘2022 서울 빛초롱’에서 어린이들이 강감찬 장군의 설화 영상을 보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사나이와 여인은 세상과 격리된 공간 속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눴다. 품속에 감겨드는 농염한 여인의 애무에 사나이는 난생 처음 겪는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늙은 중은 공중에 펄떡 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호랑이로 변해 사납게 울부짖으며 한성부윤에게 달려들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2022 서울 빛초롱 축제'(빛초롱 축제)에서 불교계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성관계를 묘사한 선정적인 장면을 담은 영상이 전시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영상은 빛초롱 축제에서 원본 그대로 상영됐고 광화문 광장을 방문하는 어린이 등 관람객이 시청했다.

문제가 된 영상은 '강감찬 장군 설화'를 표현한 조형물 옆에서 상영됐다. 여인으로 변한 여우가 사람과 교혼해 강감찬 장군을 낳고 관리가 된 강감찬 장군이 스님으로 변신한 호랑이를 퇴치한다는 내용이다.

호랑이로 변한 스님을 영상 해설에선 반복적으로 '늙은 중'이라고 표현했다. 사람이 된 여우와 남성이 상의를 탈의한 채 껴앉고 입을 맞추는 묘사도 나온다.

이 영상은 지난 19일 행사 시작 후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이 지난 28일 주최측인 서울관광재단에 항의하기 전까지 매일 오후 6시부터 4시간씩 상영됐다. 일부 시민이 '늙은 중' 등의 표현이 부적절하다며 제보하면서 조계종에서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관광재단이 지난 28일 영상 상영을 중단하기까지 어린이를 포함해 40만명이 행사장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된다.

조계종 관계자는 "축제에 방문했던 시민과 불자들이 제보해줘서 종단에서도 알게 됐다"며 "스님은 성직자인데 계속해서 늙은 중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특정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담긴 영상"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2 서울 빛초롱 축제'에서 지난 19일~27일에 강감찬 장군 설화를 설명하는 영상을 상영하면서 어린이들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한 선정적 표현이 담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해당 영상에서 스님을 '늙은 중'으로 묘사해 조계종측이 주최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현재 상영을 중단한 상태다./사진=유튜브 갈무리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2 서울 빛초롱 축제'에서 지난 19일~27일에 강감찬 장군 설화를 설명하는 영상을 상영하면서 어린이들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한 선정적 표현이 담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영상은 현재 상영을 중단한 상태다. /사진=최상식 PD 유튜브 채널


서울관광재단은 불교를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고 영상 원작자를 존중했다는 입장이다. 이 영상은 '전설의 고향'을 연출한 최상식 PD가 제작해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이다. 서울관광재단은 빛초롱축제를 준비하면서 최 PD의 창작 의도를 존중하고 설화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검수했지만 선정성 논란이나 불교 폄훼와 관련해선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검수과정에서 영상이 논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작품 수가 많다 보니 세세하게 관리가 안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관광재단은 해당 설화 조형물도 다음달 1일 철거할 예정이다.

최 PD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불교를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불교 스님들이 존경받다 보니 호랑이가 가짜 승려 행세를 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며 "가짜 승려를 묘사하면서 '늙은 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지 스님을 폄훼할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선정성 논란에 대해선 "잘못된 표현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어린이들에게는 과한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유튜브는 아동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화문에서 어떻게 재생됐는지는 가보지 않아 못 봤다"며 "축제 감독과 얘기했는데 어떤 식으로 (상영)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22 서울 빛초롱 축제'(빛초롱 축제)는 서울시 산하 서울관광재단이 지난 19일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 광장 마켓과 함께 진행하는 행사다. 서울관광재단은 2023년 계묘년을 상징하는 대형 흰 토끼 조형물과 함께 광화문과 관련된 설화를 바탕으로 한 조형물을 설치했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시민 호응이 높아 빛초롱 축제를 다음달 24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며 "다음달 1일 재정비를 거쳐 2일부터 24일까지 한국의 전통놀이 등을 추가해 새해맞이 개념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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