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경인 방음터널 화재 시발점은...“화물차 전면 우측 하단서 발화”

경찰·국과수·소방 합동감식팀 잠정 결론
경찰, 트럭 기사 과실치사상 혐의 입건
운전기사 “내 부주의로 불 안 나” 호소
경상자 4명 추가, 사상자 46명으로 늘어
사망자 5명, 화재 반대 방향 차로서 나와
반대 차선 ‘터널 진입 차단시설’ 미작동 논란

4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는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의 화물칸 우측 전면 하단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경찰은 트럭 운전기사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3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과 합동감식을 벌인 뒤 트럭 화물칸의 우측 전면 하단부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하지만 정확한 발화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여운철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집게트럭에서 발화한 불이 방음벽에 옮겨 붙었고 이후 바람을 타고 급속히 확산했다”면서 “원인은 현 단계에서 확정해 논하기 어렵고, 국과수 정밀감정과 관계자 조사를 통해 최종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종 감식 결과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은 이날 트럭 운전기사 A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면서 운전자 과실, 기계 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내 부주의로 불이 난 것이 아니다. 내가 불냈으면 소화기로 끄려고 했겠느냐”면서 “회사차로 납품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방음터널로 옮겨붙어 2시간여 만에 총길이 830m 중 600ｍ 구간을 태웠다.

터널에 갇힌 45대의 차량이 불에 탔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차량 탑승자 5명이 숨지고, 3명이 얼굴 화상 등 중상을 입었다. 애초 34명으로 집계된 경상자는 4명이 연기흡입 등을 추가로 호소하면서 38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5명은 불이 난 차로 반대 방향인 성남에서 안양 방향 차로의 승용차 4대에서 각각 발견됐다.

화재 당시 도로 양방향에 설치돼 있던 ‘터널 진입 차단시설’ 중 안양에서 성남 방향의 차단시설만 정상 작동하고, 반대쪽인 안양 방향 차단시설은 작동하지 않아 사망자가 반대 차로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2경인고속도로 관계자는 “터널 진입 차단시설은 화재 등이 발생할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상황을 확인한 후 상황실에서 수동으로 작동한다”면서 “(미작동한 안양 방향 쪽은) 화재로 인해 전선이 불타거나 녹아 먹통이 되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화재 후 제2경인고속도로 안양 석수IC~성남 여수대로IC 21.9㎞ 구간이 이틀째 양방향 통제되면서 출근길 차량 등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석수IC와 성남 여수대로IC 부근에는 출근 차량 등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우회도로가 정체를 빚었다.

서울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사고 구간에 대한 안전이 확인돼야 통제를 해제할 수 있다”면서 “정확한 판단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음터널 화재 당시 낙하물이 떨어져 운행이 통제됐던 방음터널 하부 47번 국도는 통행이 재개됐다.

경찰과 소방, 국과수 관계자들이 30일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