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 쓸며 모은 작은 동전 … 어려운 이웃에 큰 힘 되기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보통 사람들의 선행이 이어지며 세밑 한파 속에서도 훈훈함을 선사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 소속 환경공무관(옛 환경미화원)들은 청소를 하다 주운 동전에 사비를 보태 8년째 기부를 하고 있고, 울산과학대 학생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시작한 헌혈증 기부를 3년째 이어가고 있다.
서울 중구청 환경공무관들은 청소를 하다 길에서 주운 동전 86만여 원에 자신들의 돈을 보태 207만원을 지난 28일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했다. 이 같은 선행은 2014년부터 이어져 오는 중구청 환경공무관들의 전통이다.
거리를 청소할 때 곧잘 100원짜리 동전을 발견하지만 동전 자체가 소액인 데다 밟힌 탓에 찌그러진 게 많아 환경공무관 대부분은 쓰레기로 간주해 그대로 작업 포대에 넣곤 했다.
이를 아깝게 여긴 일부 환경공무관이 휴게실 입구 신발장 위에 동전을 놓고 커피 자판기를 이용할 때나 간식거리 비용으로 썼다. 2014년 어느 날 수북이 쌓인 동전을 보고 조흥래 환경공무관노조 중구지부장이 제안을 했다. "냇물이 흘러 강이 되는 것처럼 동전 하나하나는 푼돈일지 모르겠지만 모으면 큰돈이 될 수 있다"며 "모은 돈으로 간식을 사는 것보다 더 좋은 곳에 사용하면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동료들을 설득했다.
조 지부장 의견에 흔쾌히 동의한 동료들은 이내 휴게실 5곳에 돼지저금통을 비치했다. 이후 2014년부터 매년 12월 중순이면 연례행사처럼 그동안 모은 돼지저금통을 개봉해 기부해왔다. 지금까지 주운 동전은 약 88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몇몇 환경공무원은 개인 돈을 보태 십시일반으로 기부했다. 어떤 환경공무관은 퇴직을 앞두고 성금 10만원을 내기도 했다. 환경공무관 상조회에서도 회비 일부를 성금에 보태고 있다. 동전에 성금이 더해져 올해까지 이들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2100만여 원에 이른다. 조 지부장은 "많은 돈을 내야만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민들이 편안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이른 새벽부터 일하는 환경공무관들도 서민이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울산 지역 대학생들도 헌혈증을 기부해 사회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울산과학대 총학생회는 교내 헌혈 캠페인을 실시해 모은 헌혈증을 기부하는 나눔 활동을 3년째 이어가고 있다.
울산과학대는 올해 총학생회가 헌혈 장려 캠페인을 통해 모은 헌혈증 97장을 대한적십자사 울산혈액원에 기부했다고 30일 밝혔다. 올해 캠페인은 두 차례에 걸쳐 130일간 진행됐고, 학생 91명이 참여했다.
울산과학대 총학생회 헌혈 캠페인은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총학생회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혈액 수급이 어렵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뒤 혈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헌혈 캠페인을 실시했다.
캠페인 첫해에는 학생과 교직원 90여 명이 참여해 헌혈증 총 529장을 기부했다. 당시 기계공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양은득·양은립 쌍둥이 형제는 그동안 모아 두었던 헌혈증까지 포함해 각각 헌혈증 40장을 기증했다. 최다 헌혈증 기증이었다. 총학생회 캠페인은 2021년에도 이어졌다. 캠페인에는 학생과 교직원 등 154명이 참여해 헌혈증 178장을 기증했다. 대학 측은 캠페인 지속 여부는 총학생회가 판단할 문제지만 나눔의 전통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두한 총학생회장은 "위기 상황일 때 건강하고 젊은 학생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우리의 작은 행동이 지역사회로 퍼져 많은 사람이 헌혈에 동참하는 큰 움직임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9일 열린 헌혈증 전달식에서는 캠페인 개최와 헌혈증 기부로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두한 총학생회장, 박원호 기획부장, 윤세준 총무부장, 김준형 문화부장, 김은지 여성부장이 대한적십자사 울산혈액원장 표창을 받았다.
[권오균 기자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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