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강남 집값 더 떨어진다"… 수도권 '청약 한파'도 지속
분양물량 올해보다 38% 줄어
재건축·재개발 투자 제치고
경매물건 추천이 가장 많아
우선순위 높은 부동산 대책은
DSR 완화·규제지역 추가해제
서울 아파트 거래량 역대 최저
부동산 전문가 10명 가운데 9명은 내년에도 수도권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발 고금리 기조로 경기 침체 여파를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매일경제신문이 컨설팅·학계·시행사·금융권 등 부동산 전문가 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7명은 내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이 5~10%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20명은 1~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불패 신화'를 써온 강남3구 아파트에 대해 응답자 중 80.7%는 내년 가격 하락을 예상했다. 응답자 중 26.9%는 강남3구 낙폭이 5%를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 하락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은 금리 인상에 따른 본격적인 후폭풍 때문이다. 실제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82.7%가 내년 국내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요인으로 '미국 및 한국의 금리 정책'을 꼽았다. 역설적으로 내년 주택 거래 반등을 점친 전문가들도 대부분 금리를 반등 이유로 꼽았다.
또 올 한 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파트 청약 시장도 내년에 부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영끌족'의 부담이 커지면서 2023년 눈여겨볼 투자 물건으로는 '경매'가 꼽혔다. '내년 수도권 청약 시장 경쟁률이 다시 반등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78.8%(41명)가 '아니요'라고 답했다. 수요가 가장 몰리는 수도권마저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방 청약 시장은 더욱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약 시장 침체에 내년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도 급감할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민영 아파트 분양 계획 물량은 25만8003가구로, 올해 계획 물량인 41만6162가구 대비 38%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 물량을 기준으로 보면 2014년 20만5327가구 이후 9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분양 계획이 줄어든 배경으로는 아파트 시장과 분양 시장의 '동반 침체'가 꼽힌다. 1만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많은 관심을 끌었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마저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하자 건설사들은 내년 초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채 시장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투자자에게 추천할 부동산 상품'(중복 응답)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53.8%(28명)가 '경매'를 꼽았다. '아파트'(23명), '재건축·재개발 입주권'(22명)이 뒤를 이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물건이 증가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임의경매 등기 신청 건수는 2772건으로, 월간 기준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대출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하면 채권자가 담보로 받은 부동산에 설정한 근저당권 등 권리를 실행해 채권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최근 경매에 나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물건은 매물 가격 27억원의 87%인 24억원을 대부 업체에서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주인이 빚을 갚지 못하면서 대부 업체가 임의경매를 신청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버티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임의경매 신청은 당분간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경매는 집행 절차 등을 고려하면 6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물건이 경매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내년 실수요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경매 물건이 쏟아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집중돼야 할 분야'(중복 응답)를 묻는 질문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완화'와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꼽은 전문가가 각각 28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최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취득세 관련 중과세율을 완화했다.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을 높이는 등 세금·대출과 관련된 허들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새해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전세가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들의 51%는 내년 전세가가 1~5%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5% 넘게 하락할 것으로 점치는 의견도 21.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월세 선호 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응답자 중 88.2%인 45명이 '월세 선호 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8027가구로 한 달 새 1만810가구가 급증했다. 11월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도 761건에 그쳐 2006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박만원 기자 / 정석환 기자]
◇ 응답자 52명(가나다순)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공현기 한국토지신탁 마케팅팀장,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김기원 리치고 대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 김성제 코람코 투자펀딩실장, 김세원 내외주건 상무,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준표 포애드원 본부장,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 백준 J&K도시정비 대표, 서성수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 성정욱 도우씨앤디 대표,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이사,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윤상화 전 공인중개사협회 이사,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이명수 아르카컴퍼니 대표,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승철 유안타증권 수석부동산컨설턴트,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이준용 한국부동산원 시장연구부장,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호상 대한주택건설협회 전략기획본부장,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임성환 ABL생명 자산관리부장,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한정탁 건설주택포럼 회장,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외 익명 요구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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