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만나자" 스토커가 된 손님…무서워서 일 그만두는 여성들

박수현 기자 2022. 12. 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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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거절해도 원치 않는 연락은 계속됐다.

지난해 10월24일에도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19일차의 무직자 C씨(46)가 서울 광진구 카페에서 19세 여성 종업원을 한달가량 스토킹하는 일이 발생했다.

A씨가 일하던 카페의 업주 D씨(37)는 "A씨가 그만둔 뒤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는다"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런 일이 또 생길까 봐 당분간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거나 가족에게 부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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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뉴스1


#경기 성남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A씨(25)는 지난 10월 일을 그만뒀다. 스토킹을 못 견뎌서다. A씨는 "카페에 자주 오는 손님이 있었는데 인사하고 통성명만 했다"며 "언뜻 보기에도 40대가 넘어보였는데 자꾸 전화번호를 물어보더니 '시간 있냐', '밖에서 뭐 하냐',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A씨가 거절해도 원치 않는 연락은 계속됐다. 가게로 전화를 걸어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하는가 하면 카페 사장에게 A씨와 사귀고 있으니 연락해달라고도 했다. A씨는 카페 사장에게 '이 손님과 사귀는 게 사실이냐'는 문자를 받고나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뒀다.

여성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을 향한 스토킹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가게에서 주문을 받거나 계산하면서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이나 스토킹을 당하는 사건이다. 자영업의 특성상 동네 평판이 떨어질까 우려해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데다 처벌도 무겁지 않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8월에는 인천의 한 꽃가게에서 손님 B씨(61)가 20대 여성 사장에게 616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보내 스토킹하는 사건이 있었다. B씨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10월24일에도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19일차의 무직자 C씨(46)가 서울 광진구 카페에서 19세 여성 종업원을 한달가량 스토킹하는 일이 발생했다. C씨는 가게에 지속적으로 찾아와 일방적으로 만남을 요구하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모든 범죄가 신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들은 불편하고 불안해도 평판 우려 때문에 안내판을 부착하거나 대화로 해결하는 방법으로 대응한다. 종업원 전원이 여성인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은 "계산이나 주문할 때 직원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지 말아달라"는 문구를 붙여뒀다.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고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A씨는 "남자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대응 방법을 여러 가지로 고민해봤지만 손님이 덩치가 크고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게를 그만두기로 했다"며 "사장님도 친절하고 일도 바쁘지 않아서 좋았는데 아쉬웠다"고 말했다.

종업원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 피해는 결국 가게 전체가 입게 된다. A씨가 일하던 카페의 업주 D씨(37)는 "A씨가 그만둔 뒤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는다"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런 일이 또 생길까 봐 당분간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거나 가족에게 부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처벌이 대폭 강화됐지만 일부 사건에서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는 의견이 나온다.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초범인 경우 실형이 아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스토킹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와 처벌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의 한 일선서 경찰관은 "스토킹 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서 피해자가 피해 진술을 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며 "수사기관이 범죄를 인지했더라도 피해 진술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어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2월 여성 자영업자에 대한 젠더 범죄 실태조사와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한 소상공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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