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모아 10년 동안 6개국을 여행했습니다①
방학이 다가오면서 부족한 과목을 보강하기 위해 학원을 늘려야 하나 고민하는 부모님들 많으실 겁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은 돌봄 공백을 채우기 위해 스케줄링을 하느라 머리가 아프실 텐데요.
이렇게 돌봄과 학습 공백을 채워주는 ‘사교육’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 사교육은 ‘내 아이가 뒤처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도 효과적이죠.
통계청의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교 40만 원, 중학교 53만 5천 원, 고등학교는 64만 9천 원.
초등학교 6년 동안 사교육비를 모으면 2,880만 원이고, 중학교 3년 동안 사교육비를 모으면 1,926만 원입니다.
꽤 큰 돈인데요.
실제, 이렇게 모은 돈으로 가족들과 10년간 6개국을 여행한 ‘평범하지만 특별한 엄마’가 있습니다.
‘사교육비를 모아 떠난 여행에서 우리만의 추억을 쌓았다’는 엄마는 그 이야기를 엮어 책을 펴냈죠.
용감무쌍한 엄마의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요.
마침 저자가 충북 청주에 거주한다는 이야기를 입수,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 이지영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Q. ‘사교육비를 모아 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것도 무려 10년 동안. 저도 아이를 키우지만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원래 대단한 결심을 했던 건 아니고요.
사실 제가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거든요. 남편이 연수 때문에 미국에 가게 됐는데 ‘언제 또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따라간 게 첫 번째 여행이었고, 그게 너무 좋았던 거예요.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에서 네 식구만 있는 느낌. 우리끼리 서로 똘똘 뭉칠 수밖에 없는.
복닥복닥 살던 내 환경을 떠나 전혀 새로운 곳에서 객관적으로 나와 우리 가족을 바라볼 수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꼭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외여행은 돈이 많이 드니까 꾸준히 모아야겠는데 우리가 의식주를 줄일 수는 없잖아요.
꼬박꼬박 들어가는 돈 중에 줄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까 사교육비는 줄일 수 있겠더라고요.
Q. ‘첫 여행이 너무 좋았다’고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첫 번째 해외여행을 미국으로 가는데 기간이 두 달, 좀 길었어요.
유명 관광지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여행하는 게 아니라 요즘 많이 하는 한 달 살기처럼 ‘생활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새로운 동네는 말하자면 거대한 장난감이다. 길도, 건물도, 나무도, 차도, 관찰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 된다. -학원대신 시애틀, 과외대신 프라하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미국에서 아이가 열이 펄펄 끓고 볼이 부어오를 정도로 아팠었어요.
남편은 연수 때문에 출근했고,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겠더라고요.
미국은 예약을 안 하면 병원을 못 간다고 해서 막막했는데, 다행히도 한인 병원을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미국에서 운전을 한 번도 안 해봤다는 거였어요.
렌트한 차인 데다 하이브리드 차라서 익숙하지 않았는데, 미국에서 첫 운전에 고속도로를 타야 했어요.
그래도 아이가 먹지도 못하고 토하고 그러니까 용기 있게 했죠.
‘나의 한계를 또 한 번 넘어 가보는구나’, ‘나 이것도 해낼 수 있었구나’ 이런 생각을 계기가 됐었던 것 같아요.
Q. 여행을 통해 엄마도 성장하셨네요. 그런데 해외여행이 흔치 않은 기회잖아요. 그래서 아이가 반드시 무언가 보고 느껴야 한다는 강박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맞아요. ‘이 돈을 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알고 가야지’ 이런 마음이 이제 슬금슬금 올라오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엄마의 욕심이더라고요.
근데 이제 거기서 뭔가를 자꾸 주입하려고 하고 학습시키려고 하면 여행에 대한 재미가 반감되잖아요.
옛날에 저희가 수학여행을 가도 사실 석굴암이 뭔지 머릿속에 들어오기보다 ‘친구랑 거기서 무슨 장난쳤지’, ‘수다 떨었는데 진짜 재미있었지’ 이런 게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잖아요.
그래서 ‘어떤 장소에 갔을 때 아이한테 뭔가를 꼭 주입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신 우리가 다녀왔던 곳들이 사진으로도 남아 있고. 우리의 대화 속에 남아 있잖아요. ‘나중에 네가 뭔가를 알고 싶을 때 그 기억을 꺼냈을 수만 있으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추억을 많이 만들려고 했어요.
Q. 여행 이후 가족들의 변화도 궁금해요. 여행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드라마틱하게 어떤 이번 여행을 갔다 오고 나서 애들이 이렇게 변했어요.”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여러 해에 걸쳐서 아이들이 성장해가면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잖아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좀 열린 생각을 갖지 않았나’라는 생각해요.
우리가 가는 곳이 각각 다 달랐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다 달랐기 때문에 ‘이럴 수도 있구나’ ‘저럴 수도 있구나’
그러니까 우리나라 안에서만 보아왔던 어떤 것들이 외국에 나갔을 때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우리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그들의 문화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한 가지 좋은 건 우리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추억이 많으니까 어떤 얘기를 꺼냈을 때 동시에 네 명이 똑같은 것을 떠올릴 때가 많아요.
제가 자랄 때는 가족들과 대화도 많이 나눈 편이고 나름 화목했는데도 가족 여행이라는 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를 생각하면 일상에서 벗어난 기억이 별로 없어요.
그냥 아버지는 회사 갔다 오시고, 우리는 학교 갔다 오고 밥 먹고 tv보고 늘 일상이라서 추억거리를 떠올리면 별로 없는 게 아쉽고 속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과 추억을 많이 남기자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가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옛날 여행 사진을 찾아보면서 낄낄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요.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10년 동안 ‘사교육’과 담쌓은 결과 후폭풍은 없었는지, 후회는 없는지 엄마 이지영의 소신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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