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대 환매 중단 장하원 디스커버리 대표, 1심 무죄

투자자 기망, 미국 자산운용사와 공모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됐다 보기 어려워
QS 펀드 부실 가능성은 인지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6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1000억원대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장하원(63)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3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장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장 대표는 글로벌채권펀드를 설정·판매할 당시 부실을 숨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사기), 사기 및 자본시장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370여명의 투자자를 속이고 1348억원 상당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다. 검찰은 장 대표에게 12년을 구형했다.

디스커버리펀드는 2017년부터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됐다. 일부 펀드를 미국에서 운용하다 현지 자산운용사 DLI(Direct Lending investments)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김모 투자본부장과 김모 운용팀장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글로벌채권펀드가 기초자산 중 하나인 QS 대출채권이 부실화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봤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글로벌채권펀드 전체가 부실화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QS 대출채권 자체가 연 20% 이상에 달하는 고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었고, 다른 기초자산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봤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글로벌채권펀드가 투자한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 DLI(Direct Lending investments) 대표 브랜든 로스의 기소 사실을 알고도 펀드를 판매했는지, 브랜든 로스와 공모해 DLI를 도왔는지 또한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

한편 장 대표는 디스커버리펀드 ‘쪼개기 운용’ 의혹으로 계속 수사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29일 장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다. 공모펀드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50명 이상 대규모 펀드를 운용하면서 소규모 사모펀드를 여러 개 굴리는 것처럼 속였다는 혐의다. 펀드에 투자한 장 대표의 친형 장하성 주중대사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 등은 불입건 처리됐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