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달러 의존도 낮추자" 중앙은행들 金 사재기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2. 12. 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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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튀르키예 등
서방 '러 제재' 후 대거 매입
증가폭 1967년 이후 최고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1967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금을 매입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금협회(WGC) 자료를 인용해 금에 대한 수요가 55년 만에 최고 속도로 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FT는 1967년이라는 숫자에 주목했다. 1967년은 유럽 중앙은행들이 미국에서 막대한 양의 금을 사들이기 시작한 해다. 이는 금값 폭등으로 이어졌고, 결국 브렌트우즈 체제 붕괴를 촉발한 원인으로 꼽힌다.

WGC는 지난달 세계 공식 금융기관들이 금 673t을 사들였다고 추정했다. 3분기에만 중앙은행은 400t 규모의 금을 매입했다. 이는 분기별 기록이 시작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금을 대량으로 매입한 대표적인 국가는 튀르키예와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등이다. 튀르키예와 우즈베키스탄이 3분기에 각각 31t, 26t의 금을 매입했다. 카타르는 지난 7월 1967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월간 수입을 기록했다. 하지만 WGC는 금 매입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은 중앙은행도 상당량의 금을 사들였다고 전했다. 금 비축량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금 32t을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린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전쟁이 시작된 직후 금 보유량에 대한 월별 수치 보고를 중단했다. 최근 옐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우리의 금과 외환보유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관리들은 금 보유량 확대에 전략적 가치를 뒀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마지막으로 통계 자료를 공개한 지난 2월에는 금이 외환보유고에서 20.9%를 차지했다. 귀금속 거래소 불리언볼트의 애드리언 애시 리서치책임자는 FT에 "서방 동맹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자금을 동결한 후 중앙은행이 금 매입에 힘쓰고 있다"며 "지정학적 위험과 불확실성 고조가 중앙은행의 금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금융기관 율리우스베어의 카르스텐 멘케 연구원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국가들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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